전국 43개 대학 총학생회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신입생 입학금 폐지 등 대학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3개 대학 총학생회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신입생 입학금 폐지 등 대학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에 ‘교육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서 시작된 일에 대통령과 정부까지 가세했다. 지난 13일 ‘대입전형료 획기적 인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방아쇠’가 됐다. 신입생 입학금 폐지, 대학기금(적립금)의 환원, 확실한 반값등록금 등의 이슈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정부 서슬에 꼬리 내린 대학들

대학에 ‘교육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교육부가 만들겠다고 하는 대입전형료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지출을 과다 책정하는 방식으로 남아야 할 전형료를 전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훈령 개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립대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정부가 대학에 일종의 가격 통제를 하려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입 전형료에 입학금까지 간섭…"대학경영 어떻게 하라는 건지 …"
서울 주요대 총장은 “정해진 12가지 지출 항목에 따라 들어온 전형료를 쓰고 난 뒤 남은 돈은 교육부에 반환하고 있다”며 “국립대에 비해 사립대 전형료가 2만원가량 비싸다고 일방적으로 내리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대 입학처장은 “일각에선 대학의 이미지 광고를 왜 전형료에서 쓰냐고 비판하는데 재학생 측에선 신입생을 뽑기 위해 쓰는 광고 비용을 교비(등록금 등)에서 충당하는 것에 반발할 수 있다”며 “대학 경영진이 내려야 할 결정을 정부나 시민단체가 나서 간섭하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가(街)에선 전형료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엉뚱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입학처장은 “전형료가 줄어들면 대학들로선 효율성이 낮은 시골 고교 방문 입학설명회는 없애고 대도시 설명회 위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질 떨어뜨리는 ‘원가’ 논란

정부의 서슬에 눌려 전국 4년제 대학들이 대입전형료 인하에 동참하기로 한 터라 ‘교육 원가’를 둘러싼 전선(戰線)은 대학 입학금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서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전국 43개 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제안하며 입학금 일괄 폐지를 요구했다. 근거 논리는 대입전형료와 비슷하다. 대학별로 0원에서 102만원까지 천차만별인 데다 입학금을 산정하는 기준과 용처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19일 대학 기획처장들과 비공개간담회를 열고 입학금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입학금은 졸업증명서 발급 등 졸업 후 학사 관리를 위해 쓰이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S대 총장은 “대학 제도가 시행된 이래 입학금은 일종의 입회비 형식으로 받아왔고, 등록금과 같이 교비에 포함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학교 도서관을 지을 때 입학금이 사용됐다고 해서 용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학 경영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말했다. 전국 386곳의 대학(전문대 포함)이 2015학년도에 거둔 입학금 총액은 4093억원이다.

대학 수입원에 대한 원가 공개 요구는 그간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2011~2012년 반값등록금 논란 때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교육원가를 계산해 등록금을 당시 금액의 60% 수준으로 떨어뜨려도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예컨대 A교수의 연봉을 1억원으로 책정했을 때 타당성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원가 분석이라는 논리대로 하자면 문과대학의 5~6배씩 교육비가 투입되는 의과대학 등록금은 지금보다 몇 배로 뛰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