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피의자들 이용하는 공개동선 유력…예상 경로·포토라인 점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사상 처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 심사를 하루 앞두고 법원이 경호 경비 등 출석 절차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9일 "박 전 대통령 경호실 측과 출석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며 "이날 동선 및 경호·경비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와 무관하게 일단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정문을 전면 폐쇄하고 심사 당일인 30일 오전 6시부터 심사가 끝나는 시점까지 법원 동쪽 문과 북동쪽 서울회생법원 건물(구 3별관) 문으로 차량 진입을 금지했다.

아울러 청사 보안과 질서유지를 위해 심사가 예정된 서관을 중심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사전에 비표를 발급받아 소지한 사람만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정된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고, 당사자나 민원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우회 경로를 현장에서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외부 접촉이 없는 비공개 통로를 이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법원은 일반 피의자들이 이용하는 청사 북서쪽 출입구로 들어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법원이 지하 주차장 이용을 허락하면 박 전 대통령은 법관들이 이용하는 통로로 외부 접촉 없이 법정에 들어갈 수 있지만,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이 비공개 경로를 이용하면 특혜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서울중앙지검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이동시키지 않고 포토라인에 세운 바 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북서쪽 출입구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들어가는 4번 법정 출입구와 가장 가까워 불구속 피의자는 물론 체포된 이들도 주로 이 문을 이용한다.

법원 실무진은 전날 밤늦게까지 북서쪽 출입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예상 동선을 확인한 데 이어 이날오전에도 포토라인 설치 등을 점검했다.

다만 북서쪽 출입구가 비좁아 자칫 사고 우려가 있어 법원은 경호·경비 인력 배치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수사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법원 청사에 몰려와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것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기 때문에 경호·경비 선례가 없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가 있지만, 당시는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된 1997년 이전이라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두 전직 대통령은 정식 공판에도 구속된 채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에 불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