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용수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댐이나 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수질 악화를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댐·보 수문 열어 4대강 녹조 줄인다"
국토교통부는 ‘4대강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국무총리 소속) 권고에 따라 국토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2015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댐과 저수지의 유량과 보의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절·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시 방류 체계 필요

지난해 8월 금강 백제보 등에서 녹조가 짙게 나타나며 4대강 사업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국토부는 낙동강·금강 일대에서 보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등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에 착수했다. 인근 상류 댐에서 물을 대량 방수하면서 보의 수위를 어도(魚道)제약수위까지 내리자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금강 백제보 하류구간 남조류가 이전보다 각각 33%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하천 유량과 유속을 높여 녹조를 쓸어 보낸 것이다. 방류 시간은 최대 14시간으로 짧았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4대강 전역의 보에 대한 모의실험에 들어갔다.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일수를 30일 이상으로 높이고 보 수위를 양수·지하수제약수위까지 내리는 조건 등을 달았다. 또 가뭄으로 녹조가 심했던 2014년 당시 기상·수질조건을 가정했다. 그 결과 낙동강에서 74일간 지하수제약수위로 운영하면 낙동강 중·하류 5개 보의 남조류가 최대 3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과 영산강도 특정 조건에서 엽록소a가 각각 최대 34%와 23% 감소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을 실제로 적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의실험 결과를 적용하기에 앞서 지난달 창녕함안보 등 전국 6개 보 수위를 지하수제약수위까지 낮춰본 결과 멸종위기종이 폐사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수위를 장기간 낮출 경우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하천운영과 관계자는 “수위를 일시에 급격히 낮추다 보니 생태계에 영향을 줬다”며 “민관 합동으로 생태계 영향을 정밀 조사한 뒤 관계 기관 협의와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용수 부족 해소 기여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4대강 수자원 활용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으로 하천 수위가 전반적으로 올라가 가뭄 시 취수난이 해소됐다는 내용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은 저수량 기준 11억7000만t으로 나타났다. 당초 목표보단 1억3000만t 적다. 이 중 20년 빈도 이하 가뭄 시 상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6억2000만t이다. 이론적인 연간 최대 공급량은 9억t으로 최대 수요량 8억6000만t보다 많다. 이 물은 생활·농공업용수 및 지류하천유지유량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물이 필요한 곳이 4대강 본류에서 떨어진 경우가 많아 현재 4대강에서 실제로 수요처에 공급되는 물의 양은 4억7000만t이다. 4대강 본류에서 최대 30㎞ 떨어진 곳에도 가뭄에 대비할 수 있도록 4대강 물을 보내면 공급량은 연간 8억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류에서 30㎞ 이상 떨어진 물 부족 지역은 지류를 통해 물을 공급하는 추가 공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