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5) 주소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자필 유언장도 효력이 있을까?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

Ⅰ. 사실관계

A는 2005. 11. 2.경 “본인(A)은 모든 재산을 아들인 원고 B에게 물려준다(강남구 일원동 집 기타 등등), 사후에 자녀 간에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하여 이것을 남긴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자필로 작성하였다. A는 이 사건 유언장의 말미에 작성연월일(2005. 11. 2.), 주민등록번호, 성명(A)을 자필로 기재한 후 날인하였고, 작성연월일 옆에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했다.

A는 2005. 10. 13.부터 2008. 9. 6. 사망할 때까지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제1층 제1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A는 2007. 8.경 이 사건 부동산을 D에게 임대하여 주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D 명의의 전세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D는 2007. 8. 13. 이 사건 부동산에 전입신고를 한 후 현재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 한편 원고 B는 2005. 9. 22. ‘서울 강동구 암사동 (주소 2 생략) 202호’에 주민등록을 마친 후 2009. 9. 22.경 까지 위 주소지에서 거주했다.

A가 사망하자 이 사건 부동산은 공동상속인인 원고 B와 피고 C의 공유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다. 그러자 원고 B는, 피고 C 명의의 1/2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망 A의 유언에 반하는 것이므로 원인무효로 말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 C는, 이 사건 유언장에 망 A의 주소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이상 위 유언장은 유언의 요건과 방식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66조 제1항에 반해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 C의 상속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고 주장했다.

Ⅱ. 판결요지

민법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서하고 날인하여야만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고, 유언자가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유언자의 특정에 지장이 없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여기서 자서가 필요한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민법 제18조에서 정한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추어야 한다.

설령 망인이 원고의 위 암사동 주소지에서 거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망인이 이 사건 유언장에 기재한 ‘암사동에서’라는 부분을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유언장은 주소의 자서가 누락되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 패소 ☞ 소유권이전등기 유효)

Ⅲ. 해설

1. 유언의 엄격성과 자필유언의 방식

민법은 유언의 방식과 요건에 관하여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5가지 방식(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녹음)의 유언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각각의 유언 방식에 대해서도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유언의 방식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자필증서와 공정증서이다.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자필증서는 비용도 들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유언장을 발견한 사람에 의해 유언장이 위조, 변조되거나 은닉, 폐기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법을 모르는 사람에 의해 작성될 경우 민법이 정해놓은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기재하고 날인하여야 한다(민법 제1066조). 유언자가 직접 작성하지 않고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거나, 유언장 작성일자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거나, 날인을 하지 않고 사인을 하거나 하면 모두 무효가 된다. 다만 인장대신 무인을 한 경우에도 유효한 날인으로 본다. 자필증서의 요건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주소이다. 주소를 쓴 자리가 반드시 유언 전문 및 성명이 기재된 종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언장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이상 그 전문을 담은 봉투에 기재하더라도 무방하다. 그러나 주소를 아예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 이 사건처럼 정확히 기재하지 않고 동네 이름만 기재하는 것도 모두 무효가 된다.

2. 주소 요건의 취지와 문제점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형식적인 기재사항인 ‘주소의 자서(스스로 기재하는 것)’를 요구하는 취지는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 내지 유언의 진정성 확인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주소’는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될 곳일 필요가 없다{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10헌바250, 456(병합) 전원재판부 참조}. 그런데 망 A가 실제 거주하던 곳이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이 사건 부동산이 아니라 원고 B가 거주하던 암사동 소재 주거지임이 변론과정에서 밝혀졌다면, 이미 망 A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이 사건 유언장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유언장은 민법 제1066조 제1항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게 작성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법리적으로 부당하지 않고 일반인의 법감정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처럼 대법원이 자필증서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이상, 유언장을 작성하려는 국민들은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어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미래의 분쟁을 미연에 예방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3. 상속등기절차

A가 사망하자 이 사건 부동산은 공동상속인인 원고 B와 피고 C의 공유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다. A가 작성한 유언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공유등기가 된 경위는, 피고 C가 원고 B의 동의 없이 혼자서 임의로 등기소에 가서 그와 같이 상속등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속인이 부동산을 공동상속 받는 경우 상속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는 공동상속 받은 자 중 1인이 민법 제265조 단서에서 규정하는 이른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상속인 모두를 위해 상속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등기는 공동상속인 중 아무나 한 사람이 신청하여 할 수 있다. 반드시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