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돼야"

국내 김치 소비가 줄고 그마저도 중국산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한국의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6일 세계김치연구소가 발간한 '2015년도 김치 산업동향'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가정에서의 연간 김치 소비량은 평균 25.3kg였다.

이를 다시 하루치로 환산하면 1인당 하루 평균 김치 소비량이 62.9g로, 2010년(71.4g·보건복지부 집계) 이후 5년 사이 11% 감소했다.

'집밥' 대신 외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해마다 가정에서의 김치 소비량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치연구소가 소비자 가구 약 1천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봤더니 100명 중 2명은 김치를 1년 간(2014년 겨울~2015년 가을) 단 한 차례도 먹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밥이 아닌 빵류, 시리얼, 서양식 식단이 늘어서'를 이유로 꼽은 사람이 전체의 59%나 됐다.

문제는 그나마 소비되는 김치마저도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 수입 규모는 2005년 5천134만달러에서 2015년 1억1천237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특히 이 중 99.9% 이상은 중국산 김치다.

가정에서 김치를 담가 먹기보다는 사먹는 사람이 늘고, 대부분의 외식업체에서는 국내산 대신 값싼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김치 수출액은 9천296만달러에서 7천354만달러로 20% 줄었고, 수입이 수출을 앞서는 무역수지 적자 현상까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김치 최대 수출국이었던 일본 시장에서 우리나라 김치의 점유율이 급감한 것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한국 김치를 국제김치규격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명실공히 김치 종주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웰빙푸드와 에스닉 푸드(Ethnic Food·고유한 민족음식)가 인기를 끌며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김치가 점차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김치연구소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는 김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글로벌 김치 시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의 김치 시장'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김치 시장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수입산 김치의 시장 잠식이 계속된다면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성장 혜택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치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