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판-교수-학생' 배열 대신 '토론·발표 중심' 공간으로 재탄생

사건팀 = 학문 간 융복합과 창의적 사고가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흑판과 노트필기'로 대표되던 대학 강의실도 진화 중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앞다퉈 '크리에이티브', '융합인재' 등의 이름을 붙인 멀티미디어 강의실을 마련하고 있다.

교수가 흑판에 요점을 적어가며 강의를 하면 학생들은 필기하기에 바쁜 '전통적 강의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숭실대는 2012년 4월 조만식기념관 내 강의실 둘을 합해 ALC(Active Learning Classroom) 강의실을 만들었다.

강의실 내부 3개 면에 유리로 된 칠판을 설치하고 원형 테이블에 컴퓨터 도킹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조별토론을 하거나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 발표 자료를 강의실 앞 대형 모니터에 띄울 수 있어 발표나 토론 수업에 유리하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중앙대는 구글 유튜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와 협약(MOU)을 맺고 지난해 6월 서울·안성 캠퍼스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대학 강의실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의자 대신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소파와 컴퓨터를 들여놓아 '구글식 회의'처럼 수평적이고 창의적 수업 분위기가 조성된다.

중앙대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올해 6월 완공되는 흑석캠퍼스 100주년 기념관에도 설치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염재호 총장이 취임하면서 아예 토론형 강의실로만 이뤄진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토론과 세미나에 적합하도록 원형 탁자를 채택한 디자인을 검토 중이다.

강의는 집에서 동영상으로 보고 학교에서는 토론을 하자는 염 총장의 철학이 담긴 강의실이다.

고려대는 캠퍼스에 교수·학생이 어울려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청년창업센터 '드림팩토리'도 개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광운대는 지난해 9월 무인촬영 시스템과 원격카메라, 강의녹화 솔루션 등을 갖춘 TBL(Team-Based Learning·팀 기반 수업)·PBL(Problem-Based Learning·문제해결 기반 수업) 강의실을 열었다.

서울과 수원에 캠퍼스를 둔 성균관대에는 이들 두 캠퍼스를 원격으로 연결하는 대형 화상강의 시스템을 갖춘 강의실 4곳이 구축돼 있다.

또 벽면을 유리코팅으로 마감해 자유롭게 그룹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 강의실 20여 곳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팀 활동을 벌여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숙명여대는 거의 모든 강의실 교탁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칠판을 내려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쏠 수 있도록 했다.

강의를 녹화해 사이버 공간에서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수업 시간을 잡아먹는 출석 체크도 '스마트 숙명'이라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동으로 검사되도록 효율성을 높였다.

동국대는 지난달 개관한 중앙도서관에 IF(Information Forest·정보숲)라고 불리는 창의학습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프레젠테이션과 모의 인터뷰 등을 할 수 있고, 이를 녹화해 점검도 가능하게 했다.

올해 2월에는 원형탁자와 이동식 화이트보드를 갖춘 PBL 강의실을 완공해 학생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서울대도 5∼6년 전부터 화상 국제회의가 가능한 강의실을 여럿 운영하고 있고, 서울여대는 올해 1월 교내 제2과학관에 보안관제실·보안실습실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기업보안융합인재교육센터(ESEC)를 개소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전통적인 수업 방식이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감에 따라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아직은 강의 주체인 교수 사회의 호응이 적지만 조금씩 정착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