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잊은 거리 > ‘글로벌 관광상권’으로 빠르게 변신 중인 홍대 앞 서교동 길거리는 늦은 시간에도 젊은이들로 붐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kyung.com
< 밤을 잊은 거리 > ‘글로벌 관광상권’으로 빠르게 변신 중인 홍대 앞 서교동 길거리는 늦은 시간에도 젊은이들로 붐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kyung.com
서울 홍대상권의 변화에 부동산 업계는 ‘관광 상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대가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해지자 중국에서는 이곳이 명동에 이어 패키지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남동과 서교동에는 하루 10여대의 관광버스가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상권 규모는 최근 경기불황에도 급팽창하고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교동·상수동 지역의 유통·숙박·요식업체 수는 2007년 2088개에서 지난해 4578개 업체로 크게 증가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의 지난해 하루평균 지하철 승하차 인구도 명동역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유동인구 급증으로 상권도 합정동, 상수동 일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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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도 상권 확대 가속

홍익대 정문과 지하철 홍대입구역 사이 서교동 일대는 최근 ‘대학가 길거리(로드 대로변) 상권’에서 ‘대형 복합상권’으로 진화하며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만난 홍콩 관광객 신디아 씨(22)는 “친구들과 함께 잡지와 관광가이드북에 소개된 홍대 카페와 얼음박물관 등을 둘러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쇼핑 고객을 타깃으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의 의류(SPA) 매장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가 홍대로 집결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홍대 주변에만 세 곳에 매장을 열었고 스웨덴 업체 H&M도 작년 봄 4층짜리 대형 매장을 선보였다. 유통업체들의 입점 경쟁으로 점포 마련이 어려워지자 국내 대기업 한 계열사는 건물 전체를 사들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홍대는 대학가와 가깝고 유흥 클럽 문화가 발달해 10~30대 여성들의 유입이 활발한 상권”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전략형 점포) 개념’으로라도 가게를 개장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교동 KT&G 건물(별칭 상상마당건물)이 있는 거리는 밤이면 젊은이들로 후끈 달아오른다. 서울시와 KT가 심야시간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곳이 국내 야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홍대상권에서도 핵심 권역으로 부상하면서 1~2층(전용 100㎡ 내외) 점포의 권리금이 최고 3억원까지 치솟았다. 홍대상권에서 최고 수준이다. 50~60㎡짜리 점포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홍대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원 씨는 “주말 밤이면 강남·잠실은 물론 평택 등 경기 남부권에서도 방문객이 몰려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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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권에 새로운 명소들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상권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남쪽 상권의 핵심 건물인 메세나폴리스 주변과 북쪽의 동교동·연남동에도 신흥 점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게스트 하우스(숙박업소)도 급증 추세다.

○중·장년층 방문객도 늘어

사람들이 홍대로 몰리는 이유는 홍대만의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서다. 김형길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장은 “홍대는 1990년대부터 클럽을 중심으로 한 인디밴드와 미술가·문인 등 예술인들의 활동무대”라며 “상인들이 적극 나서 거리 공연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SPA 매장부터 저층 주택을 개조한 월세 100만원짜리 반지하 점포(카페)가 공존하는 점도 홍대상권의 이색 풍경이다. 홍대 주요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톡톡 튀는 젊은 창업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저렴한 서비스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유통업체가 많아지면서 젊은 창업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진 강남 등 기존 대형 상권과 다른 점이다.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마포구 일대에는 이들을 수용할 관광호텔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대상권이 단기간 급팽창하면서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이 2~3년 새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점포 가격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며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수요자들은 꼼꼼히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임현우/김동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