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부 잘하게 하려면 많이 걷게 하라"
“이스라엘 학교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또 다른 질문으로 합니다. 선생님은 답을 묻는 존재가 아니라 토론 주제를 던지는 사람이죠. 유대인식 창의 교육의 핵심은 묻고 또 묻는 ‘질문 습관’입니다.”

500자리 수를 단숨에 외워 기네스북에 오른 ‘슈퍼 메모리’ 에란 카츠(48·사진)가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비법과 기억력 증진법을 공개했다. 지난 27일 저녁 서울 서초동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다.

카츠는 100여명의 청중이 무작위로 던진 스무 개의 단어를 순서대로 칠판에 적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단어를 한 번 들은 뒤 칠판을 등지고 서더니 스무 개의 단어를 순서대로 단숨에 읽었다. 역순도 성공했다. 숫자도 마찬가지. 0~9까지 무작위로 만든 20자리의 수를 외우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카츠는 “상상력은 논리보다 강력하다”며 “무언가 외울 때 이미지로 연관시키면 쉽다”고 귀띔했다. 침대-물고기-강아지-드레스-자동차 등 의미 없이 나열된 단어를 외우긴 쉽지 않지만, 침대 위에 물고기가 누워 있고 강아지가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채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 등 이미지로 만들면 쉽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를 차지하는 이유도 유대인식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공부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아이들을 걷게 하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뇌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유대인의 전통학당 ‘예시바’에서도 마치 우리나라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칸막이 없이 시끄럽게 떠들며 공부한다고 소개했다.

"자녀 공부 잘하게 하려면 많이 걷게 하라"
카츠는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뇌 능력 계발 및 향상에 대한 강의로 모토로라,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2500회가 넘는 강연을 했다. 그가 처음 재능을 발견한 건 키부츠(집단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 때. 농장마다 키우는 소의 수를 정확하게 외웠다. 스무 살 때 공군에서 군복무를 하던 중 레이더의 주파수를 완벽하게 외운 뒤 군인에서 강사로 변신했다.

성인들은 왜 20~30년 전에 있었던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잘 기억하지 못할까. 그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떨어져서’라고 답했다.

카츠는 “어릴 땐 ‘하늘이 왜 파랗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모든 게 궁금했지만, 어른이 돼서는 ‘왜 전화했어?’ 같은 피상적인 것만 묻기 때문에 기억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만들기 위해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카츠는 이스라엘의 ‘후츠파(놀랍고 당돌한 용기) 정신’에도 이 같은 호기심 습관이 배어 있다고 덧붙였다. 《천재가 된 제롬》《슈퍼 기억력의 비밀》 등 베스트셀러 저서를 갖고 있는 그는 이번엔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을 펴냈다. 새 저서 안에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등 아시아의 지혜를 통해 뇌를 깨우는 법을 담았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다만 그 능력을 믿고 노력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죠. 저도 어떤 건 깜빡깜빡 잘 잊어요. 제 발 좀 보세요.” 그가 가만히 벗어 보인 신발 속엔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이 숨어 있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