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보수색채 평가…정통법관 다수 `다양성 퇴색' 우려
헌재 독자성 강조 소신…대법원과의 관계ㆍ역할 설정 주목


이동흡(62ㆍ사법연수원 5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5기 헌재를 구성할 '9인 라인업'이 완성됐다.

지난해 9월 전체 재판관(9명)의 절반에 가까운 4명이 교체된데다 대외적ㆍ행정적으로 헌재를 대표하는 새 소장 후보자가 나옴에 따라 대법원과 함께 사법기관의 양대 축인 헌재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이 후보자가 보수 성향의 정통 법관인데다 다른 재판관들 역시 상당수가 엘리트 법관 또는 공안분야 검사 출신 등으로 채워져 '5기 헌재'가 이전보다 보수 색채를 띨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특히 평소 헌재의 독자성을 강조해온 점에서 향후 대법원과 어떻게 관계설정을 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한정위헌 결정으로 불씨를 지핀 재판소원 도입 등이 현실화될지도 관심거리다.

◇사상 첫 헌법재판관 출신 소장 탄생되나 = 이 후보자는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정통 TK(대구ㆍ경북) 출신 법관이다.

경북 청도 태생이며 각종 기록상 출신지는 대구로 돼 있다.

서울가정법원장, 수원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9월∼2012년 9월까지 6년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청와대는 조만간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청문회를 준비하게 되며 이틀간의 청문회 이후 경과보고서 채택, 본회의 임명동의안 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빠르면 2∼3주 내에 이 과정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여 오는 21일 6년 임기를 마치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에 따른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최초의 헌재 소장이 된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개업한 초대 조규광 헌법재판소장을 제외하고 2대 김용준, 3대 윤영철, 4대 이강국 소장까지 모두 대법관 출신이 소장을 맡았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윤영철 소장의 후임으로 전효숙 재판관을 지명했으나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중도 낙마하면서 결국 이강국 소장이 취임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이강국 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헌재 독립성 강화를 위해 헌법재판관 출신 소장을 기대해왔다.

◇'5기 헌재' 다양성 퇴색 우려도 =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함께 5부 요인으로 불리는 헌법재판소장 인사를 놓고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 정부의 인선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 차기 정부의 이념적 성향, 화합 의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측은 이 후보자 지명에 앞서 박 당선인 측과도 상의를 하고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헌재의 3대 연구부장 출신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초대 연구부장을 맡은 적이 있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회동에서 차기 소장 후보자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는 말도 나왔다.

'5기 헌재'의 보수색채는 강화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다.

헌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때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여러 결정을 통해 보수 성향이 매우 짙은 것으로 평가돼왔다.

법조계 한 인사는 "이 후보자는 4기 헌법재판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다른 재판관의 면면을 보더라도 헌재의 보수성향이 강화될 전망이다.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난해 9월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면서 '5기 헌재' 구성원 중 서울 법대 출신 엘리트 법관 또는 공안분야 전공 검사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우선 9명의 재판관 중 이정미(고려대 법대) 김창종(경북대 법대) 안창호(서울대 사회대) 재판관을 제외하면 3분의 2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서울대만 놓고 보면 9명 중 7명이다.

이동흡 소장 후보자와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강일원 재판관 등 6명은 고위 법관 출신이며 박한철 안창호 재판관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재판관, 유일한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을 제외한다면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의 이익을 반영하기 어려운 인적 구성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박 재판관은 대검 공안부장을, 안 재판관은 대검 공안기획관을 거치는 등 검찰 출신 2명이 모두 공안분야를 거쳐 재야 법조계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법대 출신 고위법관과 검사 출신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 라인업에 보수성향이 강한 이동흡 전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으로 합류하면 헌재의 보수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과 헌재 관계 재설정될까 = 대법원은 법령의 적용ㆍ해석을 다루고 헌재는 상위ㆍ하위 규범 간의 해석, 적용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GS칼텍스 세금부과, 법원조직법 적용 등 일부 사건에서 헌재와 대법원의 견해가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몇 건 나왔다.

이로 인해 법원의 판결을 헌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문제나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심사하는 `추상적 규범통제' 문제 등 도입 여부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과 헌재의 통합 문제까지 조심스레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헌재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평소 헌재의 독자성을 강조해온 만큼 임명 이후 이 같은 논의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박대한 기자 zoo@yna.co.krpdhis959@yna.co.kr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누구인가


좌우명 `和而不同'…美 렌퀴스트 前대법원장 존경
헌법재판ㆍ공정거래 분야서 다수 저작 펴낸 학구파

이동흡(61ㆍ사법연수원 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정통 법관 출신으로 민·형사법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지적재산권·조세 분야에서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원지방법원장이던 2006년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지난해까지 4기 재판관으로 재직했다.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취임하면 최초의 헌법재판관 출신 소장이 된다.

이에 앞서 참여정부 시절 전효숙 재판관이 재판관 출신 첫 소장으로 지명됐으나 중도 낙마한 바 있다.

그는 헌재 연구부장(현 수석부장) 출신의 첫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대구 출신에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전형적인 `TK'(대구ㆍ경북) 인사로 분류된다.

4기 재판관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 색채가 짙다.

이 재판관 스스로도 "보수적 가치관은 헌법재판관의 덕목"이라고 공ㆍ사석에서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혔다.

헌법재판관 재임 중의 대표적인 결정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낸 것이 꼽힌다.

당시 재판관 8명 중 6명이 한정위헌 의견을 냈으나 이 후보자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선거운동에 준할 정도의 영향력 있는 표현행위가 가능해질 경우 후보자 간 조직동원력, 경제력에 따른 불균형이 발생할 소지도 충분하다"며 반대의견을 고수했다.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리는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합헌 입장의 소수의견을 내는 등 보수 성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 재직 당시에는 판사 중에서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가장 많이 제청한 법관으로 알려져있다.

또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을 파기하는 판결을 많이 선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12월 공정위가 삼성그룹 8개 계열사에 부당내부거래를 이유로 100여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을 맡아 과징금 대부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04년 서울고법 재직시 서울대 법학연구과정 공정거래법 과정을 수료했다.

이 때 강의에서 사용한 본인의 공정거래 판결사례를 모아 `공정거래법 관련 판례회고' 책자를 남긴 학구파다.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헌법재판 내용을 해외에 소개하고 미국과 유럽의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방문한 기록을 담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이라는 책자도 펴냈다.

이 후보자가 꼭 보수적 성향의 판결만 내렸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 양의 가족이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미군 수사기록을 대부분 공개하라고 판결해 진보 단체의 환영을 받았다.

2008년에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데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소수의견으로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

법원장 시절에는 각종 제도 개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일하는 법원장'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존경하는 인물은 미국의 제16대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윌리엄 렌퀴스트로 알려져있다.

이 후보자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 법조인이었던 렌퀴스트가 `보수적인 입장에서 원칙을 잘 지키면서도 중요한 사건에서는 보수ㆍ진보의 입장을 떠나 소신있는 결정을 내린 점을 존경한다'고 주위에 자주 말해왔다.

이 후보자가 자주 인용하는 문구는 `화이부동'(和而不同ㆍ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으로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할 때 공보물과 헌재 홈피에 이 문구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게재했다.

재판관 재직 당시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창립준비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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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승욱 기자 zoo@yna.co.kr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