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특임검사(사진)를 임명해 현직 김모 부장검사의 수억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엔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은 제보를 바탕으로 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김 검사가 자신이 수사했던 사건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김 검사가 KT 자회사로부터 접대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진술도 받았다.

◆경찰 ‘대가성 입증 자신’… 구체 진술 있어

경찰은 김 검사가 대구지검과 서울 중앙지검 특수3부 근무 당시 받은 수억원대 금품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한 개인이나 기업 가운데 일부가 ‘대가성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검사가 유진그룹 쪽에서 돈을 받은 2008년에 검찰이 유진그룹의 인수·합병 사업과 관련, 내사한 적이 있는 지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서울 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이 검찰의 자료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다.

경찰은 또 KT와 KT 자회사 관계자를 소환, 회사 납품 비리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에 김 검사가 회삿돈으로 접대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다녀온 해외여행’이라는 유력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9년 8월 해당 업체를 수사했던 중앙지검 특수부에 당시 수사기록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김 검사가 2009년께 다른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새로운 제보를 받아 내사에 착수했다. 김 검사가 담당한 사건이 아니지만 2010년 사건을 청탁한 의혹이 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이중 수사 논란 확산…수사권 조정되나

검찰과 경찰은 사상 초유의 이중 수사 논란에도 각각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김 검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이미 관련 자료를 상당히 확보했고, (강제 수사는 쉽지 않으니) 이를 통해 혐의 사실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이날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동생 유순태 씨를 조사했다. 경찰도 유씨를 13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기로 한 상황이다. 특임검사가 유경선 회장 형제를 이날 먼저 불러 조사함에 따라 이중수사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가 현실화되게 됐다. 김 특임검사는 또 거액수수 의혹을 받는 김 검사를 13일 오후 3시 소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송치 지휘권을 발동, 사건을 특임검사팀에 이송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송치 지휘권은 검·경의 이중 수사로 인권 침해 우려가 있을 때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