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해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심원제가 일반화된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프리카 출신 해적들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면 이를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박흥대 부산지방법원장은 22일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우선 신청해야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재판형식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일부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아는데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할 경우 해외에서 이상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법원의 수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피고인들이 영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프리카 출신이어서 배심원제에 친숙하고, 재판장이 직권 조사하면 외국 법조계와 언론이 생소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번 재판은 부산법원이나 대한민국 법원의 형사재판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지법은 이미 소말리아 해적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판결문 등 이번 사건에 참고될 만한 해외자료를 수집해달라고 법원 행정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법원 행정처로부터 인적, 물적 지원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이 안 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과 해적들이 소말리아어밖에 쓰지 못해 '소말리아어-영어-한국어'로 순차통역을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담당 재판부가 종일 이 사건만 심리하는 특별기일을 지정해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산지법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8년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고의로 사망을 야기한 범죄, 강도ㆍ강간 결합범죄 등의 피고인이 신청하고, 일정 요건에 부합할 경우 진행되며 배심원단은 만장일치 또는 다수결로 유·무죄를 판단한 뒤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권고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편, 해적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오는 25일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려 한 혐의(해상강도 살인미수) 등으로 마호메드 아라이 등 해적 5명을 구속기소할 것으로 알려져 재판은 빠르면 3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