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먹는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가 국내에 출시된 지 10년을 맞는다.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만 해도 발기부전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발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많은 남성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이 문제를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였으니 그들의 속앓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 생각해 보면 터무니 없는 속설과 상술에 몸 버리고 돈 버리기 십상이었다.

고통받는 그들에게 들려온 '비아그라'의 개발소식은 귀를 의심케 하는 기막힌 뉴스였다. 환자들은 비아그라를 처방받을 날을 학수고대했고 의료계도 매우 큰 기대감을 걸었다. 1998년 미국에서 열렬한 환호와 기대 속에 '비아그라'가 시판됐고 이듬해 국내에도 출시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대감만큼이나 우려가 컸다. 왜냐하면 당시 우리나라는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비아그라 자체의 안전성과 오남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 윤리의식이 허약한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비아그라는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치료제의 개념을 뛰어 넘어 한국사회에서 '중년과 노년의 성'을 자연스럽게 담론의 주제로 삼을 수 있게 만드는 등 우리 성문화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정에서도 예전에는 부부가 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을 꺼려했으나 지금은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선 발기부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발기부전을 부끄러워하고 병원을 찾아 공개적으로 상담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 남성들은 성적인 능력을 남성의 정체성과 동일시하고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으면 마치 남성상을 잃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신적 상실감에 빠져있을 발기부전의 남성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발기부전이 단순히 성기능 장애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의 '신호탄' 내지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발기부전치료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어두운 그림자도 짚고 넘어갈 일이다. 발기부전치료제를 정력제나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인식 아래 자행되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불법 판매 광고,인터넷 판매 등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문제로 볼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를 사용해서는 안 될 환자들이 불법 약물을 복용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판매되는 약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밀수된 가짜 의약품이라고 하니 더욱 염려된다.

보통 한 가지 신약이 개발되려면 긴 시간과 수많은 연구진의 노력,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이 든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혁신적 신약은 병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한다. 비아그라가 전한 빛도 유난히 밝았다. 그 빛으로 시작된 건강한 성의 패러다임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