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점거농성사태가 68일째 이어진 28일 경찰은 도장2공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확보와 모의훈련까지 마치는 등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또 소방당국도 공권력 투입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대형화재 등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최근 마련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경찰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나흘째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도장2공장에서 50~200m 떨어진 곳에서 진을 치고 노조원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공권력투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찰 공권력투입 교두보 확보..예행연습까지 = 강희락 경찰청장은 최근 평택경찰서를 방문해 '쌍용차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쌍용차 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시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지지방경찰청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압요건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자율해결 원칙을 존중해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밝힌 바 있다.

경찰 수뇌부의 이같은 발언은 노조원 600여명이 몰려 있는 도장2공장 주변 공장을 상당수 확보, 언제든지 지상과 옥상으로 진압대원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노사간 충돌 방지를 위해 외곽 경계만 서던 경찰은 지난 11일 정문과 후문, 남문, 서문, 북문 등 5곳 출입문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공장 안으로 진입하면서 본관 건물과 연구동을 추가 확보하면서 노조원과 외부와의 연결을 원천 차단했다.

이어 24일까지 완성차공장(T.R.A), 프레스1.2공장, 신프레스 공장, 차체1.2공장, 신차 조립라인, 부자재 창고, 부품창고, 차축공장 등 10여개 건물을 잇따라 확보했다.

이에 따라 노조원들은 도장2공장을 비롯해 부품도장공장, 도장2공장 뒷 쪽에 수직으로 나란히 있는 도장1공장과 조립3.4라인 등 5곳 공장으로 몰린 상태다.

경찰은 정문에서 도장2공장 왼쪽으로 옥상이 연결된 차체1공장을 확보하면서 옥상 연결통로를 사이에 두고 노조원과 대치, 굳이 헬기 등 장비를 이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옥상 진입이 가능하다.

필요할 경우에는 역시 옥상이 연결된 조립3.4라인 접수도 가능, 노조원과 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며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지난 27일 오후 6시40분부터 30여분간 10여개 중대와 헬기 등 장비를 동원해 현재 대치장소에서 30∼50m씩 전진하는 등 효율적인 공권력 투입과 진압장비 점검을 위한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대형참사 막아라"..소방대책 마련 = 소방도 도장2공장 내 시너 등 각종 인화물질이 있는데다 노조원들이 화염병과 화염방사기 등 시위물품 보유하고 있어 화재로 인한 대형참사를 막기 위한 진압계획을 마련했다.

평택공장에 차려진 소방지휘본부는 경찰의 공권력 투입과정에 화재가 발생하면 100여대의 소방차량과 400∼500여명의 소방대원을 동원, 주요 거점별로 역할을 분담해 신속히 대처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너와 페인트 등 1만5천590ℓ에 달하는 각종 인화물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고성능화학차의 집중 배치와 3천ℓ 물을 뿌릴 수 있는 소방헬기도 동원된다.

단수로 인해 현재 사용이 불가능한 공장내 소화전 109개도 사측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화재 발생 즉시 단수조치를 해제, 3분 이내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종 소방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게차와 모래차 등을 동원해 노조원들이 쌓아놓은 장애물도 신속히 해체, 도장2공장 주변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소방지휘본부는 폭발과 함께 연소가 급속히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너탱크와 도료 탱크, 둘을 섞어주는 혼합탱크 등 1층 탱크시설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은 '자진해산' 유도 = 어느 정도 준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미루는 이유는 공장 내 엄청난 인화물질이 있는데다 600여명의 노조원이 있어 인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장2공장 안에는 시너 5천500ℓ, 페인트 및 도료 1만90ℓ 등 모두 1만5천590ℓ의 인화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너의 경우 순간적인 폭발성 때문에 이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를 빠르게 확대시켜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페인트 등 도료는 각종 유해 가스를 발생하기 때문에 질식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 등 공안당국은 당장의 공권력 투입보다는 일정 기간 자진해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최근 노동부, 경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안대책회의를 열고 노조원들이 공장에서 스스로 나올 경우 주동자나 극단적이 폭력행위자가 아닌 단순가담자에 대해 처벌 수위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경찰도 자진 이탈자에 대해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 간단한 조사만 하고 귀가시키는 등 자진이탈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경찰이 공장에 진입한 뒤 이날 오전까지 자진이탈자는 모두 26명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아 경찰이 무작정 공권력 투입을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업중단으로 사측이 하루 400여대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며 8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다 협력사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파산 신청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권력 투입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만 밝혀 여전히 공권력 투입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평택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