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정부 정책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 씨의 재판에서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의 영향력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 심리로 열린 박씨의 첫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당시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 이모 씨는 박씨가 작년 12월29일 `정부가 달러매수 금지 공문을 발송했다'는 글을 게시한 것과 관련, "기관과 기업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개인들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은행 외환거래를 보면 지점이 본점보다 주문이 많았고 개인과 중소기업이 주로 지점에서 거래한다는 점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 손모 씨는 박씨가 글을 올린 날 오후 2시30분∼3시 달러 거래량이 전ㆍ후 영업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이유를 묻는 검찰의 물음에 "박씨의 글과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씨 글 때문에 거래가 증가했다면 달러에 대한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한 셈이고 결국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환율이 상승해야 하지만 당시 환율은 1달러당 20원가량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수요가 증가했다는 주장은 모순이고 실제로는 당시 시장 마감을 10여 분 남겨두고 외환 당국이 보유 외환의 매각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몇몇 언론에서 10억∼15억달러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달러 매수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양측 의견이 엇갈렸다.

작년 12월2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시중은행 팀장급 딜러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달러 매수 자제 요청이 이뤄진 것에 대해 이씨는 "압력이나 지시가 필요한 경우 공문으로 이뤄진다"며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이나 기업에 달러 매입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전화 등을 건 점이나 작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 사재기를 경고하는 발언을 한 점, 이후 금감원이 이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점 등을 거론하며 유무형의 압력이 협조라는 이름으로 행사됐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수출입 기업과 공기업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고 환율 안정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도 감안하고 있다'는 취지로 작년 12월24일 비보도를 전제로 배포한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를 제시하며 정부가 보유 외환을 방출할 강력한 의사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