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지원하는 한국인 브로커가 탈북 10대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탈북자 실태조사를 위해 동남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북한 16세 소녀 A양이 한국인 탈북 브로커로부터 보름간 사실상 구금된 채 성노리개감으로 다뤄진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A양은 한국에 오기 위해 중국을 거쳐 동남아의 한 국가에 어렵게 도착해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브로커 B씨를 만났다.

B씨는 다른 탈북자들을 한국대사관에 보냈지만 A양의 경우 "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하며 유인한 뒤 성폭행을 했다.

A양이 저항의 뜻을 표시하자 B씨는 자신을 미혼남이라고 소개하면서 "내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줬다는 게 박 의원의 전언이다.

A양은 B씨가 출장간 사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중국의 지인에게 자신의 사연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고, 중국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탈북자 브로커가 이 소식을 듣고 해당국가까지 달려와 A양을 대사관에 인도했다.

박 의원은 "A양을 만났을 때 불안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어 왼쪽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며 "현재 외교당국이 B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등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탈북과정에서 브로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성인 여성도 몇명 만났다"며 "하지만 이들은 북한 탈출 과정의 상처 하나쯤으로 생각하면서 공론화할 의사가 없을 정도로 불문에 부치고 있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