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을 앓으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중국 동포를 돕기 위해 밤낮 없이 뛴 여검사가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싸움 끝에 진실을 밝혀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연의 주인공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진혜원 검사(32·사시44회).

작년 초 재판을 전담하는 공판검사였던 진 검사는 물품대금을 떼였다는 중국 동포 허모씨(49)가 한국인 사업가 김모씨(33)를 상대로 낸 형사소송 사건의 공판을 맡았다.

중국 선전에 살던 허씨는 김씨에게 목도리 3500만원어치를 수출한 뒤 대금을 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돈을 받아놓고 딴 소리냐"며 오리발을 내밀었다는 게 허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증거부족을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허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믿음을 가진 진 검사는 이후 수사 부서로 발령났지만 항소심 재판까지 공판검사역을 자청했고 북부지검은 이례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진 검사는 낮에는 배당사건을 수사하고 밤에는 사무실에 남아 재판을 준비했다.

진 검사는 방대한 양의 통관서류를 뒤져 추가 증거를 찾는 한편 허씨 입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중국인을 설득해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병로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진 검사는 선고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뇌종양 판정 후 수술을 받게 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단순한 빈혈인 줄 알고 참고 지내다 머리 속에 큰 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긴급 수술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현재 집에서 안정을 취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