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뇌물을) 현금보다 수표로 받는 걸 좋아하더군요" 뇌물수수 혐의로 8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원형(57.예비역 소장)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이 현금보다는 수표로 뇌물을 받았고, 뇌물을 관리하는 데에도 미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군납업자 정모(49)씨로부터 1억3천100만원을 받은 시기는 9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씨는 98년 4월부터 2001년 5월까지는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있었고 그 후로는 국방품질관리소장으로 재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저고도 대공 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 과정에서 정씨의 부품 납품과 관련, 제반 편의를 봐주기로 하고 모두 23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를 가리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보통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을 때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받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이씨는 수표를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이씨가 대낮에 사무실에서 뇌물을 받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부피가 작은 수표를 선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씨가 경찰의 수사망에 '덜컥' 걸려든 이유는 뇌물을 처리하는데 서툴렀기 때문. 경찰은 이씨가 대령으로 승진한 뒤인 94년 10월 사업조정관 대리를 맡아 98년 4월까지 계속 방위력개선사업 예산편성.집행.운영 등과 관련된 핵심 부서에서 근무했는데도 미숙하게 뇌물을 받아 처리한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 "그전에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집중 견제를 받다 보니까 돈을받을 일이 별로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98년 4월 이후 국방부 획득개발관.획득정책국장.획득정책관을 차례로 맡은 이씨가 뇌물을 처리하는데 서툴렀다는 점은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비교적 손쉽게수뢰사실을 밝혀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특히 부인 친구(54) 한 명 이름으로 차명계좌 10개를 모두 만들었다. 이 계좌에는 무기수입상과 군납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받은 돈을 포함해 모두 27여억 원의 돈이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수사 착수 직후인 지난달 4일 사표를 내고 잠적하면서 이 차명계좌에남아있던 돈 5억4천만원을 한꺼번에 인출, 경찰이 차명계좌를 찾아내는데 결정적인단서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됐다. 그전까지 이씨가 99년 차명으로 서울 반포동 42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갑자기 재산을 불린 점에만 주목했을 뿐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이 차명계좌를 근거로 수사를 대폭 확대, 수뢰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이전에 수사했던 다른 군인들과 비교하면서 "비교적 쉽게걸려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핵심 요직에 있던 이씨가 정권이 바뀐뒤인 98년 이후 더이상 기무사 견제를 신경쓰지 않게 되면서 서투른 방법으로 뇌물을 받아 재산을 불리다가 수사망에 포착됐고 서툰 방법으로 수사를 피하려다 꼼짝없이 걸린 셈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