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수억원으로 주식을 단 석달만에 1천여차례나 사고팔아 원금의 4분의 3을 날리고 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매매수수료로 회사에안긴 '엽기 증권맨'에 대한 해고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26일 나왔다. 투자자 최모씨가 한 증권사 차장 A씨에게 3억5천만원이 든 계좌를 맡긴 것은 지난 2000년 2월. 자신이 알아서 거래하기로 최씨와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맺은 A씨는 같은해4월께부터 맹렬한 치고빠지기식 투자를 시작해 6월까지 석달동안 무려 1천75차례나사고파는 '회전매매'를 벌였다. 매달 최고 78개까지 마구 종목을 늘리며 투자에 나선 A씨는 그러나 운이 없었는지 이 기간 무려 원금의 73.0%인 2억5천500여만원을 날려버렸고, 이후에도 사정은전혀 나아지지 않아 1년뒤인 2001년 2월 계좌에는 원금의 100분의 1인 380만원 밖에남지 않게 됐다. '빈 깡통'이 된 계좌를 받아든 최씨에게 더욱 황당했던 것은 A씨의 부지런한 회전매매 덕에 회사가 매매수수료로 무려 원금의 42.3%에 해당하는 1억4천700여만원을챙겼다는 것. 게다가 A씨는 회사에 수익을 안겨준 대가로 성과급 3천800만원을 받았다. 분개한 최씨는 회사를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신청을 내 지난해 6월조정결정을 통해 1억1천만원을 받아냈으며, 회사는 결정 직후 "A씨가 무리한 투자로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A씨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최씨에게 1천400만원을 이미 돌려줬고, 과당매매를 묵인.조장한 회사 방침에 따랐을 뿐인데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면직처분무효소송을 냈으나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3부(재판장 이원규 부장판사)는 26일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영업실적 만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잦은 회전매매를 해 비정상적인 수수료 수익을 낸 점, 현행 증권거래법상 금지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맺은 점 등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회사가 과당매매를 묵인.조장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