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래가 달린 일인데 이보다 더한 고생이라도 해야죠"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 정문앞 도로변에는 전날 오전부터 밤을 새운 학부모와 학생 50여명이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줄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번에 고등학교 배정을 받은 신입생과 학부모들. 2일 오전7시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되는 고교 전학을 신청하기 위해 사흘전부터 노숙을 하며 '번호표' 발부를 기다리는 중이다. 교육청은 학부모들이 너무 많이 몰리자 혼란을 막기 위해 정문 수위실에 번호표 발부기계를 설치했다. 학부모들은 앞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돌릴 정도로 '줄서기경쟁'은 살벌하다. 전학을 하려면 이미 배정받은 학교가 입학식 후에 떼어주는 전.입학 원서를 교육청에 접수한 뒤 '선착순'으로 새 학교를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줄서는 순서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른바 명문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위한 '맹모(孟母)'들의 '전학 대란'이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일찍이 가시화된 것이다. 작년부터 수험생들의 실력에 비해 현저하게 어려워진 대학 수능 시험의 여파와 경기도 분당 일산등지의 평준화고교 재배정 사태까지 겹치면서 '서울로, 강남으로' 가려는 전학 열풍은 이미 예견됐었다. 분당에서 와서 28일 낮부터 줄을 섰다는 유모씨(49)는 "아이가 이번에 분당지역에서 제일 배척당하는 고등학교에 배정됐다"며 "신도시 교육여건을 강남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입주초기 정부당국의 말을 믿고 이사를 갔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되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학부모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아들 전학을 위해 광주에서 온 40대 학부모는 "수능시험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지방에서 공부시켜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힘들 것같아 만사 제쳐두고 아이를 서울로 전학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의 경우 고교 신입생 전학이 시작된 3월2일 하룻동안 1천3백52명이 신청했고 3월 한달동안 신청자수는 2천3백37명에 달했다. 이는 2000년 3월 한달간의 1천7백43명보다 34% 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경기도 재배치 파동등의 여파로 작년보다 서울전학신청이 작년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가족의 주소를 옮겨야 했지만 99년부터는 부모중 한 사람만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전학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간소화됐기 때문에 전학 신청자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이방실.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