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일대 아파트들.  /게티이미지뱅크
용인시 일대 아파트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용인시에서 최고 분양가에 나왔던 아파트의 초기계약률이 공개됐다. 1순위 청약에서 3000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렸지만, 정작 계약으로는 절반도 이어지지 못했다. 무더기 미계약이 나왔고,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었던 전용면적 84㎡의 경우 70%가 넘는 미계약 물량이 쏟아졌다.

27일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무순위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589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청약통장과 청약신청금 필요없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무순위 청약의 당첨 및 예비입주자에 대한 발표는 29일 오후 6시30분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무순위 모집공고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의 실제 계약률이 공개됐다. 전용면적 59~84㎡의 999가구로 이뤄진 이 단지에서 74~84㎡의 589가구가 무순위로 나왔다. 실제 계약률은 41%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가구들이 미계약으로 남은 셈이다.

청약당시부터 인기가 높았던 59㎡는 모두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주력면적인 84㎡에서 무더기 미계약이 나왔다. 당초 84㎡는 718가구가 공급됐지만, 이번에 무순위로 나온 가구수는 511가구로 207가구에서만 계약이 이뤄졌다. 계약률은 28.8%에 불과했다.
'용인 12억' 역시 무리였나…3000명 몰린 플랫폼시티 '반전 상황'
특히 전용면적 84㎡A형은 461가구를 모집했지만, 계약이 25.8% 밖에 안 이뤄져 342가구가 무순위로 쏟아졌다. 4베이-4룸의 판상형 구조에 발코니 무상확장, 중문, 시스템에어컨까지 제공을 내세웠던 주택형이다. 2가구만 나온데다 전면에 테라스가 들어가 48명이 1순위 청약을 했던 전용 84㎡E형에서도 1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다. 1순위에 통장을 넣었던 청약자들은 물론 예비당첨자들까지 줄줄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1순위에서 최고 경쟁률(24대 1)을 기록한데다 분양가 10억93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의외의 결과였다.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4월 입주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예상했지만, 1순위 청약에서 787가구 모집에 3015명이 접수해 평균 청약 경쟁률 3.83대 1을 기록했다. 청약에서는 선전을 했지만 계약률에서는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현지에서는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서 자금조달 여력 등을 감안할 때 '포기'가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북동 A공인중개사는 "예비당첨 수백번대를 받은 분들이 '안될 것 같다'면서 전화가 왔다가 이틀 지나고 '계약 가능하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연락이 왔다"며 "당첨이 되고나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분양가다보니 의견을 물어보는 전화가 꽤 왔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를 비롯해 예비 당첨자였다가 포기한 이들에 따르면, 계약포기의 가장 큰 요인은 '자금조달' 문제가 많다고 한다. 내년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기존 집을 처분해야하는데,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봐서다. 세입자를 들이고 일시적으로 2주택을 감당하려고 해도, 최근에는 전셋값까지 떨어지면서 이 또한 여력이 없다고 봤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아직 있는 것도 부담이다.

용인 관련 커뮤니티에 '계약포기' 입소문이 빠르게 난 것도 한 몫을 했다. "서울보다 높은 분양가인데 시세차익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에 너도나도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입주시에 웃돈이 많이 붙지 않는다면 분양권을 사거나 일반 매매를 해도 된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계약을 완료한 이들도 있다. 전용면적 59㎡를 계약했다는 B씨는 "10층 이하다보니 분양가가 7억원대이고, 주변에 낡은 아파트보다 구조도 괜찮다보니 계약을 하게 됐다"며 "기존 집을 팔 예정인데, 정 안되면 전세를 놓고 좀 돈을 보태면 자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행사인 엠디엠은 용인시 거주자에 밀려 당첨되지 못한 청약자를 비롯해 서울, 분당, 판교, 수원 등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약통장과 청약신청금 필요없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전매제한은 6개월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