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을 비롯해 전국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일부 단지는 분양 흥행에 성공하면서 훈풍이 부는 듯했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다 경기둔화도 우려돼 앞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봄바람 부나 했더니…서울 아파트값 9개월 연속 하락
2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92.4를 기록했다. 작년 7월(100.6) 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745만원으로, 전달(5억1436만원)보다 1.3% 떨어졌다.

일시적인 반등 기미를 보이는 듯했던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72만원으로, 지난달(12억2482만원)보다 1.2%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지난달 9억9333만원으로 10억원 선이 깨진 데 이어 이달엔 9억75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453건으로, 2021년 10월 이후 다시 2000건대를 회복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집값 하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시장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인 전셋값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333만원으로, 5억원 선 붕괴가 임박했다.

집값 상승 거래가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37㎡는 올 1월 33억원에 거래된 뒤 두 달 만에 취소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고금리와 금융시장 불안, 역전세난, 경기침체 등으로 올해 집값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실수요자는 주택 매입을 서두르기보다 좀 더 지켜보다가 급매물 위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