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줍줍' 1년새 3.6배 늘었지만…이젠 안 줍는다
청약 후 본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늘면서 ‘줍줍’(무순위 청약) 물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로또 줍줍’으로 주목받았던 무순위 청약조차 수요자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10월 25일 기준)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가구수는 7265가구(중복 포함)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8가구)의 3.58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전국 단위로 보면 같은 기간 8392가구에서 1만3936가구로 66% 증가했다. 지방은 지난해 6364가구에서 올해 6671가구로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무순위 청약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월 분양한 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 SK뷰’(조감도)는 일반분양 899가구 중 508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 대상으로 나왔다. 지난 25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는 단 6가구만 신청해 502가구가 잔여 물량으로 남았다.

1·2순위 공급을 마감한 다른 단지들의 무순위 청약도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파밀리에Ⅰ’은 지난 8월 무순위 청약 53가구 모집에 단 4가구만 신청했다. 올해 6월 분양 당시 평균 8.07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곳이다. 경기 화성시 ‘화성 봉담자이 라젠느’는 지난달 무순위 청약으로 128가구를 모집했지만 30건만 접수됐다. 8월 분양 당시 경쟁률 4.8 대 1로 1순위가 마감된 단지다.

무순위 청약을 포함해 일반분양에 당첨된 뒤 계약을 포기할 경우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데는 금리 부담뿐 아니라 가파른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분양 아파트의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인덕원자이의 경우 분양가 산정 때는 전용 59㎡ 기준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었으나 실계약 당시에는 오히려 비싸진 게 대규모 계약 포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데다 주택 매매가 하락으로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청약 수요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