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가 파일(pile·말뚝)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 중 처음으로 수직 증축을 위한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최종 통과했다. 이에 따라 수평 증축 방식보다 사업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지만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돼 온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확산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최근 강남구로부터 2차 안전성 검토 통과 통보를 받았다. 단지 각 동(棟)에 2~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은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 심의→사업계획승인(리모델링 허가) 및 1차 안전성 검토→2차 안전성 검토→이주 및 철거→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1·2차 안전성 검토 과정이 없는 수평 증축 리모델링에 비해 사업 속도는 더디지만 사업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강남권 재건축 ‘대어’ 은마와 붙어 있는 현대는 지하 1층~지상 15층, 120가구 규모 단지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지하 3층~지상 18층, 138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현대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허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이주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가 파일 공법으로 지어진 단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파일 공법은 지반에 건물 하중을 버티는 말뚝을 박는 방식으로, 리모델링 시 보강 말뚝을 설치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공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아직 보강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아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등이 안전성 검토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대 이전에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송파구 송파동 ‘성지’(잠실더샵루벤)가 유일했다. 이 아파트는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파일 공법이 아니라 지내력(지반이 중량을 견디는 힘) 기반으로 지어져 안전성 검토 통과가 비교적 수월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확산하나…대치 현대, 안전성 검토 통과
대치동 현대의 리모델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도 사업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파동 현대와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1차 등이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