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20~30대 아파트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4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기존 부동산 시장의 주 구매층인 40~50대 비중을 앞지를 정도로 강했던 30대 이하 연령대의 매수세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사금융 등을 동원해 ‘패닉바잉(공황 구매)’ 행렬에 뛰어들었던 젊은 층이 대출이자 부담,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 비중 40% 밑…4050세대 재역전

집값·이자 부담에…'패닉 바잉' 멈춘 2030
5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 7917건 가운데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38.7%(3063건)를 차지했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19년 연평균 31.8%, 2020년 37.3%에 이어 지난해 41.7%로 처음 40%대를 돌파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2020년 하반기 40.2%를 기록하며 주택 매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통상 부동산 시장의 주 구매층은 자산 규모가 큰 40~50대가 차지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40~50대 매수 비중이 48.1%로, 전체 연령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9년 1월엔 40~50대 매수 비중이 50.2%였고, 30대 이하는 29.1%에 불과했다.

2030세대 매수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한 건 2020년 8월 처음으로 월 기준 매수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부터다. 이후 40% 안팎을 나타내며 4050세대와 엎치락뒤치락했다. 작년 7월엔 2030세대 매수 비중이 44.8%, 4050세대가 41.0%를 나타내며 4%포인트가량 앞섰다.

2030세대가 매매 시장 주력 구매층으로 떠오른 시기는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세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의 매수 행렬이 본격화됐을 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0년 8월은 전반적으로 아파트값이 이미 많이 오른 가운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역 개발 호재가 나오던 시점”이라며 “시장 전체가 고조되는 분위기를 타고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낀 영끌족의 매수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 소득 적은 젊은 층 ‘직격탄’

분위기는 작년 말부터 반전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매수 시 대출을 많이 받은 젊은 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고 올 상반기엔 이미 세 차례 올렸다. 하반기엔 빅스텝(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이 예상되는 등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20~30대는 장년층에 비해 당장 가용 가능한 소득이 적다”며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를 겪으면 대출 이자 부담으로 매수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장래 소득을 반영하는 등 젊은 층의 매수 여건이 한결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층이 다시 주력 구매층으로 나설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처럼 20~30대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진 못하겠지만 5~6월 규제 완화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가 하반기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6억~10억원대 아파트 매수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우 팀장은 “LTV 80% 완화 등 대출 규제 완화 등의 효과를 부정하긴 어렵지만 작년처럼 젊은 층이 주 매수층이 되기엔 구매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