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동산신탁사들의 신용도는 오히려 개선되는 추세다. 부실 위험성이 높지 않은 사업장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재무안정성이 좋아진 데다 새 수익원 발굴에 뛰어들어 수익성 개선 기대가 높아진 덕분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의 기업 신용등급은 최근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2019년 5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뒤 차입형 토지신탁을 줄이고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적극 수주하면서 재무안정성이 좋아졌다.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사업보다 공정·분양관리만 하는 대행사는 간접사업 비중을 높였다는 얘기다.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는 2019년 1083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엔 1897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영업수익 역시 712억원에서 1416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자산신탁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이 종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현재 A-인 회사채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신탁계정대 회수가 빠른 게 이번 조정 배경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경우 신탁계정대라는 고유계정을 통해 사업장에 공사비를 대출하고 회수한다.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 시장 활황인 시절 신탁계정대가 빠르게 회수되면서 2019년 89%였던 부채비율이 3월 말 현재 30%로 떨어졌다. ‘요주의 이하’ 여신 잔액도 1663억원으로 줄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안 사업장의 신탁계정대 회수로 자산 부실 위험이 완화됐다”며 “수주 규모 자체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도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자산신탁의 기업 신용등급도 최근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올랐다. 2019년 8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후 신탁상품 수주액이 2020년 163억원에서 지난해 417억원으로 1.5배 증가했다. 업계에선 “전통적인 차입형 토지신탁에 비해 회수 가능성과 안정성이 높은 혼합형 토지신탁(차입형과 비차입형의 중간 모델)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수주 증대와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