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해외 건설시장에선 모처럼 ‘큰 장’이 설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자금력이 생긴 산유국들이 코로나 기간 억눌렸던 인프라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28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건설 시장 규모는 10조9000억달러(약 1경4022조8500억원)다.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11조5000억달러로 예상된다.

해외 건설 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해외 건설 시장 규모는 12조1000억달러, 2025년엔 13조8000억달러로 연평균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도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발주 금액은 910억달러를 나타냈다.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중동 산유국의 재정 여력이 확대되고 주요 국영석유회사(NOC)의 설비투자 계획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400억~500억달러로 잡았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12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주요 국가의 올해와 내년 발주 예정 프로젝트 규모가 발주가 한창이던 2000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올 연말 산유국발 ‘제3차 발주 웨이브(물결)’를 예상하고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부를 축적한 중동 국가들의 대대적인 국가 인프라 구축(1차), 2000년대 노후화 정유시설 교체공사 특수(2차)에 이은 3차 발주 특수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1분기에 575억리얄(약 19조6000억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통 화석 연료를 바탕으로 한 오일·가스, 화학 부문과 함께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까지 올 연말께 해외 건설 시장에선 먹거리가 넘쳐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