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회사 아이에스동서가 연관 산업의 기업을 잇따라 사들이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폐기물 처리 등 환경 사업 부문이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매출과 수익성도 동시에 좋아지고 있다.

M&A 시장 큰손 된 아이에스동서

공격적 M&A…'친환경'에 꽂힌 IS동서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이 넘보는 매물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인수 주체로 등장해 이른바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업인 건설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동력 발굴이 가능한 분야엔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매물을 채 간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M&A를 통한 경쟁력 향상은 창업주인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시절부터 시작돼 2018년 장남 권민석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가속도를 내고 있다. 1989년 일신주택으로 설립된 아이에스동서는 부산·경남 기반의 주택사업에서 출발했으나 2008년 요업(타일·위생도기·비데)에 강점이 있는 동서산업과 합병해 현재 모습이 됐다.

‘경영 키’를 물려받은 권 사장은 공격적인 M&A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해외 건설사들의 사업 구조와 수익성 향상 전략을 분석하고, IB업계에서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관련 팀을 구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폐기물·폐배터리 등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친환경 사업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 알짜 매물을 거침없이 사들였다. 첫 타깃은 인선이엔티였다. 아이에스동서는 2019년 국내 건설 폐기물 처리 시장에서 1위였던 인선이엔티를 인수했다. 2020년엔 폐기물 처리 기업 환경에너지솔루션(옛 코오롱환경에너지)과 코엔텍을 사들였다. 파주비앤알, 영흥산업환경 등 관련 업체도 M&A로 품었다. 권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친환경 기업 인수에만 4400억원을 투입했다.

일각에선 잇단 M&A로 몸집을 불리자 ‘정체성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사업재편 효과가 가시화되자 잠잠해졌다.

친환경 사업에 수익성 대폭 개선

속도감 있는 ‘기업사냥’으로 건설업 매출 의존도를 빠르게 낮췄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 매출 비중은 60%대로 떨어지고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부문 매출 비중은 15%까지 높아졌다. 2019년 9641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조2000억원, 2021년엔 1조6084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7% 증가했다.

건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환경 부문이 커진 영향이다. 2019년 6.9%였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연결 기준으론 20.3%로 개선됐다. 2020년까지 적자이던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지난해엔 159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IB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지분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이 늘긴 했지만 환경 부문은 진입장벽이 높아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고 이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폐배터리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올초 캐나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 리시온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 리시온은 폐배터리 부품을 최대 95%까지 활용해 복원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리시온 경영 참여를 통해 글로벌 2차전지 재활용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금속 폐기물 재활용 기업 타운마이닝컴퍼니 인수를 위한 펀드에 최대 출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의 주가는 올 들어 23.84% 상승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수익 구조가 우수한 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실적 안정성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