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가 끝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부지. 새로 2678가구가 지어질 예정이지만 문화재가 발굴돼 사업 일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경DB
철거가 끝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부지. 새로 2678가구가 지어질 예정이지만 문화재가 발굴돼 사업 일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경DB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향방이 다음달 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이 정하는 문화재 보존 방식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지난해 12월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하고 있는 정밀발굴조사는 다음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조사 결과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면 문화재 보존 방식이 결정된다. 방식에 따라 사업 기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 보존 방식은 발굴된 문화재의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순에 따라 ‘기록 보존’ ‘이전 보존’ ‘현상 보존’의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록 보존은 매장문화재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현상 보존이 어려운 경우 발굴 조사한 내용만 기록한 뒤 사업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나왔을 때 가장 일반적인 처리 방식이라는 게 문화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물 나온 '잠실 진주' 재건축 내달 결정
잠실진주 조합과 시공사도 현재로선 기록 보존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사를 맡은 용역 업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문화재들은 보존 가치가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다음달까지 진행될 조사에서 사업을 지연시킬 문화재가 나오지 않으면 기록 보존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기록 보존이 되면 잠실진주는 당초 계획대로 연내 일반분양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 역시 “아직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기록 보존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송파구는 “공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행정 지원할 것”이라며 “문화재 발굴과 상관없이 계획했던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조합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로 문화재가 나오는 등으로 문화재청에서 이전 보존이나 현상 보존을 결정할 경우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이전 보존 방식은 문화재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복원하는 것이다.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출토되면 단지와 함께 조성되는 근린공원에 전시하기도 한다. 문화재 규모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작업 기간이 다르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의 보존 가치가 아주 높다고 판단되면 현상을 변경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 보존이 결정된다. 개발지역에서 완전히 제외해 유적공원 및 녹지로 보존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가 구조물 배치 등 설계 변경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해야 한다. 변경안은 매달 중순 열리는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업지에 따라 심의위원회 심사를 한 번에 통과할 때도 있고 수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며 “다만 동 배치, 가구 수 등을 변경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지하주차장 등 지하 구조물의 위치를 수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잠실진주는 1980년 지어진 1507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2678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중 819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다. 2015년 조합을 설립하고 지난해 9월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았다.

잠실진주 분양이 연기되면 올해 서울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가뜩이나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커지면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서울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잠실 진주 문화재 처리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혜인/장현주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