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비규제지역 분양권 시장 '급랭'
포항, 작년엔 아파트마다 손 바뀜 심했는데…
올들어 분양권 웃돈 두고 '눈치싸움'
포항자이 애서턴 투시도 사진=GS건설

포항자이 애서턴 투시도 사진=GS건설

분양권 거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방 비규제지역에서 뜨거운 현장으로 꼽혔던 경북 포항 북구 일대에서의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분양권 시장도 눈치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분양권 관련 문의만 많다고 입을 모은다. 연락만 있지 거래는 뜸하다는 얘기다. 매수자들이 선뜻 결정을 못 하는 가운데 매도자들도 너무 높은 가격을 불렀다간 자칫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망설이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 중개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뜨거웠던 포항 분양권 시장 '급랭'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포항자이 애서턴’에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포항은 비규제지역으로 당첨되는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거래가 가능한 새 아파트 물건이다보니 분양권 거래가격와 거래량에 따라 시장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현지에서 분양권을 거래하는 공인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84㎡의 경우 동·호수에 따라 차이가 좀 있지만 1700만~2500만원에 초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일부 로얄동·로얄층(RR)의 경우 3500만~4000만원의 웃돈을 부르는 매도자가 있단 설명이다. 공급 수가 워낙 적은 전용 84㎡T(8가구)와 전용 101㎡T(27가구), 전용 169㎡P(2가구) 등은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춤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비해 분양권에 대한 관심은 많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단지 자체가 포항 지역 내에서만 관심 받는 단지가 아니라 전국구에서 지켜보고 있는 단지이기 때문에 문의 등은 꽤 있는 편”이라며 “외지에서 팀 단위로 내려오는 매수자들도 있고, 일부 개인들의 문의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포항시 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네이버 부동산

포항시 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네이버 부동산

하지만 거래 자체는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이 단지 분양권 거래를 중개하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매도자는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하고, 매수자는 싼 가격에 사려고 하는데 생각하고 있는 가격 차이(갭)가 상당히 크다”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으면 거래가 많을 텐데 시장이 부진하다 보니 실수요자, 투자자들의 심리 자체도 불안해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당첨자 발표가 전날 이뤄졌고 당첨자 서류접수 기간이 오는 26일까지 약 1주일가량 남은 만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양권에 붙는 웃돈이 오전, 오후 다르고 오늘, 내일 다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오는 26일까지 당첨자 서류접수를 받는 만큼 해당 날짜까지는 웃돈도 계속 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1300건 이상 손바뀜…분양권 맛집 된 ‘포항’
포항은 지난해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작년 포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힐스테이트초곡’으로 1313건 손바뀜했다. ‘한화포레나포항’도 1264건으로 ‘힐스테이트초곡’ 뒤를 이었다. 이들 단지가 각각 1866가구, 2192가구임을 고려하면 가구 수를 절반 이상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두 단지는 2024년 입주 예정이어서 분양권 매매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포항에서도 특히 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비규제지역이어서다. 2020년 12월 남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반면, 북구는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북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분양권에 전매 제한이 없고, 담보대출인정비율(LTV) 인정 폭도 크다. 풍선효과까지 힘을 보태면서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북구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남구의 경우 규제지역인 데다 아파트를 지을 곳이 없는 상황이지만 북구는 비규제지역이라는 매력 때문에 단지가 들어오면서 분양권 전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초곡 건설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힐스테이트 초곡 건설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다 보니 포항 북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분양권 전매 과정에서 불법을 잡기 위해 단속 등도 강화됐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북구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북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것이란 얘기가 돌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포항시 등에서 최근 분양권 거래와 관련해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매도자 혹은 매수자인 척 가장해 불법을 적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꺾이고 있는 만큼 분양권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대구다. 대구는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지만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아파트 분양권은 주식과 같아서 가격 출렁임이 굉장히 심하다”며 “당장엔 아파트가 공급되기 전이기 때문에 분양권 거래가 많지만 아파트가 다 지어진 이후 입주가 시작되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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