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과천 주공 5단지와 재건축을 마친 과천 푸르지오 써밋(1단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과천 주공 5단지와 재건축을 마친 과천 푸르지오 써밋(1단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경기도 과천시에서 재건축 열풍이 부는 가운데, 암초가 튀어나와 관련 사업들이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천 하수처리장 문제로 3기 신도시까지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과천시와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과천시에서는 현재 주공 4단지와 5단지, 8·9단지와 10단지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4단지는 5월, 5단지는 7월 이주를 계획하고 있고 8·9단지는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10단지는 이달 중 조합 임원진을 구성하고 빠르게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 재건축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5단지와 8·9단지, 10단지 등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하고 4단지는 관리처분 인가가 필요하다. 현지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사업이 올해 모두 중단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설에 난항을 겪으면서 처리 용량이 한계에 달한 과천시 하수처리장 때문이다.

신규 주택늘고 인구 증가하는데…하수처리장은 한계 임박

과천 하수처리장은 1986년 하루 평균 3만t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어졌지만, 노후화로 인해 현재 처리가능 용량은 2만4000t으로 줄었다. 처리능력은 줄어드는데 하수는 계속 늘어났다. 6단지, 2단지, 7~1단지 등에서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됐고, 과천 주공 6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자이' 2099가구도 입주가 한창이다. 오피스텔 4곳 입주도 예정됐고, 지식정보타운 역시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과천 제이드 자이' 등 약 1300가구 입주가 시작됐다.

늘어나는 가구수 만큼이나 인구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5만7527명이었던 과천시 인구는 재건축 단지들이 입주하면서 늘기 시작하더니, 작년 10월 기준으로는 6만9910명까지 증가했다. 앞으로 신규 단지들이 입주하게 되면 하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과천 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과천 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말 과천 하수처리장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2만1000t에 달한다. 최대 처리가능 용량이 계속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여유분은 10% 정도에 그치는 셈이다. 용량보다 심각한 문제는 처리 수준이다. 과천 하수처리장은 지난 2년간 관리청인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있다. 방류수의 총인(TP) 수치가 기준치인 0.5mg/L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천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하수처리장은 이미 한계 상황"이라며 생활하수가 더 늘어날 경우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천시 주민들이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는 위기까지 내몰린 셈이다. 이러한 위기의 불똥은 인구 증가가 동반되는 재건축 관련 인·허가 승인으로 떨어졌다.

2013년부터 추진된 하수처리장 현대화·증설 작업도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웃한 서울시 서초구와 갈등을 빚는 탓에 하수처리장 신설 부지를 선정하지 못 했고, 선제적인 용역 수립을 추진하던 것도 시의회 반대에 막혔다.

"하수처리장 이미 한계"…재건축 인·허가, 3기 신도시까지 차질

과천시의회는 여야가 모두 동의한 가운데 지난달 과천시가 제출한 하수정비기본계획 용역 예산 1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하수처리장 건설에는 6~7년 가량 소요되는데, 기본계획이 지연되면 하수처리장 증설도 더 늦어지게 된다.

하수처리장 부지를 두고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과천시는 주암동 361번지 일대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서초구민들이 국토부에 반대 민원을 제기하며 하수처리장 예정지 이전을 요구했고, 국토교통부도 하수처리장 신설 내용이 담긴 '과천지구계획안'을 기각하며 사업을 중단시켰다.
과천 하수처리장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서초구 현수막(위)과 원안 고수를 요구하는 과천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과천 하수처리장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서초구 현수막(위)과 원안 고수를 요구하는 과천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국토부는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인근 과천 공공주택지구로 하수처리장 예정지를 이전하라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과천시는 원안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하수처리장 부지 선정이 늦어지며 현 정부가 추진한 3기 신도시도 위태로워졌다. 국토부는 과천시 과천동·주암동·막계동 일원 168만6888㎡에 3기 신도시 과천지구를 2025년까지 조성해 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0일에도 8·4 대책에서 제시한 과천지구의 지구 지정을 2022년 내 완료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다만, 3기 신도시 과천지구가 들어서려면 하수처리장 증설이 선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지구(옛 뉴스테이·7000가구), 갈현지구(1300가구) 등의 사업도 하수처리장 증설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에 주택공급계획에 대대적인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과천시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와 하수처리장 부지 문제로 협의한 일이 없다. 별다른 진전은 없다"며 과천시와 국토부가 부지 선정에 마찰을 빚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하수처리장 건설이 탄력을 받아도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 3기 신도시 조성은 물론 과천 도심 재건축까지 모두 멈출 수 있기에 빠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