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능침구역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한경DB
'김포 장릉' 능침구역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한경DB
김포 장릉 인근에 건설되다 불법 논란에 공사가 중단됐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이 공사중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한 가운데, 건설사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소송전 대비에 나섰다. 입주예정자들도 전현직 문화재청장을 고발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아파트를 불법적으로 짓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던 건설사들이 국내 '10대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나섰다.

대방건설은 법무법인 율촌, 금성백조는 법무법인 동인, 대광건영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를 맡는다.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부하고 공사중지 명령의 위법성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인데, 각각 내년 1월과 3월 본안 소송 절차를 시작한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 공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9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심의에 참여한 대방건설에게도 건축물 높이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아파트를 철거하라는 의미다.

서울고등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으로 공사를 재개한 대광건영과 금성백조에 대해서는 "재항고를 결정했다"며 대법원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까지는 적어도 두 달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임현오 검단신도시 '디에트르 더힐' 입주 예정자 협의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임현오 검단신도시 '디에트르 더힐' 입주 예정자 협의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 소송전으로 비화되며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중순부터 입주가 예정됐지만, 공사 지연 등으로 제때 입주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년 시작될 본안 소송도 문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아파트 철거가 뒤늦게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주 시기에 맞춰 기존 집을 팔거나 임차 만기를 맞은 입주예정자들은 꼼짝없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냈고 기존 전세집 만기도 다가오는데 갑자기 들어갈 집이 없어질 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문화재청장을 고발하는 등 행동에 나서기 했다. 검단신도시 대방디에트르 더힐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전일 인천 서부경찰서를 찾아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과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12개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를 했지만, 이를 인천 서구청에 알리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인천 서구청도 문화재청으로 관련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건설사들이 2014년 택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을 사들이고 2019년 인천 서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 만큼, 해당 고시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문화재청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문화재청은 2017년 관보에 고시가 게재되면서 효력이 발생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사가 재개되고 입주가 이뤄지더라도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거주 여부가 결정되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입주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