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신속통합기획이 시범 도입된 관악구 신림1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신속통합기획이 시범 도입된 관악구 신림1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서울 재개발 해제구역과 도시재생지역 등에서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열풍’이 불고 있다. 각 사업지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신규 구역 지정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주민동의율을 채우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과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보다 서울시 주도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에 대한 주민 호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덕1·장위11 등 주민동의율 넘겨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1구역은 이달 초부터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동의서를 받은 결과 토지 등 소유주 674명 중 240여 명(약 35%)의 동의를 얻었다.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와 고덕아이파크 등 신축 아파트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2016년 말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고덕1재개발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올해 초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에서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 주민동의서가 더 빠른 속도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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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달 말 공모를 통해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하는 신규 구역 25곳(2만6000여 가구)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방식은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간소화하는 대신 공모에 참여하기 위한 주민 사전동의 기준을 기존 10%에서 30%로 높였다. 지난 10일 이 내용이 담긴 주거정비기본계획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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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지역에서도 주민 동의가 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지는 공공재개발 참여가 배제돼 신속통합기획이 사실상 유일한 도시재생 ‘출구전략’이다. 성북구 장위11구역은 이날 기준 주민동의율 35%를 넘겼다. 장위11구역 관계자는 “동의서 걷히는 속도가 빨라 공모 전까지 동의율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종로구 창신동도 소유주 약 2800명 중 1000명 넘게 동의서를 제출했다. 용산구 서계동, 종로구 행촌동 등 다른 도시재생지역도 주민동의서를 걷고 있다.

이 밖에 △용산구 이태원동 △광진구 자양4동1구역 △동대문구 전농10구역 △성북구 장위13구역 △영등포구 양평동6가 △도봉구 창3동구역 등 서울 곳곳의 노후 주거지에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동의서 징구 절차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신속통합기획 공모에서 떨어진 지역도 추후 공공재개발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주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에 소유권을 넘기는 공공 직접시행보다 신속통합기획을 택하는 사업지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림1구역 ‘공공기획’ 모범사례로

서울시는 서남권 대형 재개발사업지인 관악구 신림1구역을 신속통합기획 모범사례로 만들어 흥행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신림1구역을 방문해 신속통합기획 활성화 의지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의 급등도 이런 재개발이 미뤄져서 나타난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림1구역은 2008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주민 갈등 등으로 사업이 답보를 거듭했다. 지난해부터 도시건축 혁신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신속통합기획이 추진돼 왔다. 조합과 서울시 간 협의를 통해 용적률을 기존 230%에서 259%로 늘리면서 가구 수는 2886가구에서 약 4200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음달 조합총회를 열어 공공기획안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신림1구역은 ‘제2의 한강 르네상스’ 격인 ‘지천 르네상스’ 사업이 처음 적용될 전망이다. 지천 르네상스는 소하천과 실개천 등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도로와 하수도로 이용되고 있는 도림천2지류를 전액 시비를 투입해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조합은 복원되는 하천변에 수변공원을 조성해 시에 공공기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신연수/이혜인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