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뉴타운 '최대 현안' 고교 신설에도…집값은 '잠잠'
“고등학교 유치는 흑석동의 오래된 염원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호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인지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네요.” (흑석동 H중개업소 관계자)

지난 7일 지역 내 숙원이었던 고등학교 신설 소식이 전해진 이후 찾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사진)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이번 서울시 발표가 다른 지역 고교를 이전해 신설을 확정한 게 아니라 재정비계획상 ‘사회복지시설’로 돼 있는 기반시설을 ‘학교시설’로 변경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흑석동 I중개업소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학교가 완전히 이전한다는 소식이 아니어서인지 집값이 움직이거나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내 고등학교 수는 총 일곱 곳으로 인근 자치구인 관악구(17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중대부고가 1997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이전하면서 흑석동은 24년째 신설 고등학교가 없었다. 반면 흑석뉴타운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어 고등학교 입학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시일이 상당 기간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학교 부지는 흑석9구역 지역 내에 있어 주민 이주가 완료된 이후에야 조성할 수 있다. 흑석9구역은 2019년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르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문제로 최근까지 갈등을 빚으며 이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서울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그동안 고등학교 완전 신설 대신 기존 학교 이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과거 배문고(용산구)와 대신고(종로구) 이전을 추진했다가 해당 구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고등학교 신설이 호재가 아니라는 시각도 일부 있다. 지금은 고등학교가 없어 세화여고, 서문여고, 경문고 등 인근 강남 학군을 배정받고 있어서다. 흑석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흑석동이 서초구 학교들로 배정받을 수 있어 학군 가성비가 좋은 지역으로 꼽히는데 향후 새 고등학교가 들어서면 그런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흑석동 집값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흑석한강센트레빌1차 전용 84㎡ 실거래가는 작년 12월 처음 16억27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 5월 1억2800만원 오른 17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 84㎡도 1월 15억4000만원에서 4000만원 오른 1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