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을 도입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북 최대 재건축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을 도입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북 최대 재건축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임대 아파트 가득 짓고 개발 이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데, 50층 짓게 해주면 뭐 합니까.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역시 이번 정부에서는 안 될 것 같아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

5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는 불이 꺼진 공인중개업소가 적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출근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처음부터 강남권 단지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닌 것 같다”며 “강남권에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대책 발표 후 매수 문의 뚝 끊겨

정부는 지난 4일 공공재건축을 도입하는 조합에 용적률을 최대 500% 수준으로 높여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려주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공공기여)으로 환수하는 등 기대수익의 90%가량을 회수하기로 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공공재건축은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은마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고스란히 임대 물량으로 넘어가면 ‘명품 단지’ 조성이 어려워진다”며 “재건축이 늦어지더라도 더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매수세도 잠잠해졌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6·17 대책’ 이후 호가가 18억원으로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22억원까지 올랐지만 공공재건축이 발표된 이후 매수 문의가 끊겼다.

신반포2차, 압구정현대, 반포3주구, 압구정미성 등 다른 강남권 단지도 비슷한 반응이다. 차라리 개발이익이 작은 1 대 1 재건축을 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압구정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임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재건축에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잠실주공5단지처럼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이 진행된 곳도 많아 지금 와서 공공재건축으로 돌아서기 힘들다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 강북 최대 재건축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 주민들도 관망하는 분위기다. 성산동 J공인 대표는 “공공재건축은 과도한 이익 환수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주민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아파트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월계시영의 한 주민은 “재건축 속도는 빨라질 수 있겠지만 임대아파트가 부담”이라며 “기존 방식을 선호하는 주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 많은 공공재개발 수용 어려워”

공공재개발 참여가 가능한 서울의 정비구역 해제지역들도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정부는 5·6 대책 당시 발표했던 공공재개발 대상에 정비구역 해제지역을 포함해 2만 가구 이상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는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이 176곳에 달한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역시 2013년 뉴타운 사업지에서 해제됐다가 이번 8·4 대책으로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할 발판이 마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이 큰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신동의 한 주민은 “어차피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재개발이 될 텐데 굳이 임대주택을 더 많이 넣으면서까지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타운에서 해제된 장위동, 신길동 등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장위동 B공인 대표는 “재개발 지분의 손바뀜이 많이 일어나 원주민이 많지 않다”며 “상당수가 민간재개발로 멋진 커뮤니티와 최신 평면을 갖춘 새 아파트를 받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장현주/정연일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