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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당이 압승하자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슈퍼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과세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등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당정이 ‘토지 공개념’ 원칙을 반영한 개헌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한 부동산 규제, 경기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친 만큼 주택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부동산 규제 유지”
총선 여당 압승, '강력 규제' 계속된다…정부·국회만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총선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내놓은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 강화 방안 등은 이달 말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여당의 입지가 강화된 만큼 작년에 내놓은 대책들이 이번 20대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아진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상향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4㎡ 보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9829만원을 내야 한다. 전년(6654만원)보다 47.7% 급등한 수치다. 공시가격 인상에 종부세 세율 인상까지 겹친 탓이다.

총선 여당 압승, '강력 규제' 계속된다…정부·국회만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
시세 15억~20억원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자는 올해 1652만5000원을 보유세로 낸다. 전년(1123만원) 대비 47.1% 늘어난 수치다. 소유주가 만 60세 이상 1주택자로 세액공제를 최대 한도인 70%까지 적용받아도 보유세는 1138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총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방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 서울 강남권과 용산, 성남 등지에 출마한 여당 의원들은 “고가 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세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공시가 9억원 이상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9억4800만원으로 상당수가 9억원을 넘겼다”며 “‘특별세’라는 종부세 취지에 부합하려면 12억원 혹은 15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필요”

여당 압승으로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3기 신도시를 통해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완화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는 것과 함께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트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로 인한 주택 공급은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 속도 조절도 주문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규제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전·월세(임대차)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빨라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규제다. 분양 공급이 위축되면 그만큼 일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와 폐업이 속출하는 만큼 상업용 부동산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경기 악화로 공실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임대사업자, 자영업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규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충격 지속…“실수요자도 기다려야”

총선 후에도 주택 시장 전망은 어둡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꺾인 서울 집값은 이달 들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보수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경기가 반등한다는 신호가 감지될 때까지 부동산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금은 매수 전략보다 다주택자들이 출구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도 1년 이상 기다리면서 매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진석/장현주/정연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