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랜선 부동산시장'…맛집으로 이름 바꾸고 비공개전환
정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어나는 집값 담합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시작하자 카카오톡을 통해 지역 부동산정보를 공유해 오던 오픈채팅방들이 일제히 이름을 바꾸고 있다. 유명 부동산 전문가들도 블로그 운영을 운영을 중단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위축되는 분위기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튜브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활동하는 이른바 ‘스타강사’ 등의 무등록 부동산 중개나 탈세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국토부를 주축으로 검·경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은 업다운 계약,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을 집중 단속한다. 이 같은 기존 단속 대상에 대한 점검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담합 등도 새롭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일부 강사나 단지 소유주들의 위법행위가 주요 단속대상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방 등의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대부분의 모임들이 채팅방 이름을 바꾸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방에서 이탈하는 참여자들도 잇따른다.
그동안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은 SNS를 통해 활발하게 부동산 정보를 공유해왔다. 강남 여의도 목동 송파 마포 등 서울 주요지역 뿐 아니라 수원 성남 광명 용인 등 수도권에서도 지역당 최소 2~3개의 대형 채팅방이 운영된다. 참여인원 수가 2000명에 달하는 모임도 상당하다. 인터넷검색으로는 알기 어려운 실거래 정보와 매물정보 등이 주로 공유됐다. 다만 특정단지 재건축이나 재개발방에서는 시세 관련한 통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15억원 이하로는 팔아서는 안 된다”, “웃돈 7억원 이하로는 내놓지말자” 등이다.
유명 부동산 블로거들도 단속을 피해가기 위해 아예 문을 닫거나 블로그 성격을 바꿨다. 5만명의 이웃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지금의 시국에 부동산 블로그를 유지한다는 게 참 어렵고 위험하다”며 “많은 분들을 떠나보내야겠지만 블로그를 일기장 성격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인기 블로거 B씨도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던 밴드모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일각에선 지나친 통제와 공포분위기 조성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약 1800명 규모 지역 부동산방에 참여하는 정 모 씨는 “순수하게 부동산정보나 뉴스를 공유하는 모임인데 카톡방까지 들여다 보겠다고 하니 다들 괜히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특정 단지 입주민들이 모여 시세를 담합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보공유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운영진은 “국가가 별 근거도 없이 국민소통의 창구까지 들여다 보겠다니 황당하고 이해가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