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 부동산시장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년부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는 21일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집값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거시경제 환경도 좋지 않아서다. 그는 “작년 집값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서 적정 수준 이상으로 뛰어오른 ‘오버슈팅’ 국면에 진입했다”며 “과열 이후엔 반드시 조정이 오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11일 기준)은 1.8%에 불과하다. 지난해(13%) 과열기 때와 견줘 크게 낮아졌다. 심 교수는 “최근 10년간 서울 집값이 4~5% 수준의 상승 흐름을 보여온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미미하다”며 “내년부터는 서울 집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이미 오를 만큼 다 올랐다. 그는 “‘8·2 대책’ ‘9·13 대책’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강한 부동산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단기간에 시장이 과열됐으며 가격은 폭등했다”며 “그동안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생길 때가 됐다. 집값이 빠르게 급등하면 열기도 그만큼 빠르게 식는다”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 하락세가 시작되면 시장 조정기가 꽤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심 교수의 판단이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서다. 부동산시장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는 “올해에 이어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으로 지금 거시경제 흐름이 좋지 않아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며 “물론 금리가 내리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지만 대출이 묶여 있어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단 강남 집값은 비싼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지역에 복수의 아파트를 보유하기보다는 강남권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최근 강남에선 반포아크로리버파크 등 3.3㎡당 1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 교수는 “정부가 강남의 몇몇 단지가 최고점을 찍었다는 소식만 나오면 곧바로 규제책을 내놔 지역 전체의 공급을 틀어막는데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짚었다. 강남 집값을 낮추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을 활발하게 해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억제책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더 공급해 줘야 할 때”라며 “대출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다음달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전망한다. 참가 신청은 한경닷컴 홈페이지(event.hankyung.com/seminar/jipconomy191204/)에서 할 수 있다. (02)3277-9986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