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자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호가가 최고 5000만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위해 철거 중이다.  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자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호가가 최고 5000만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위해 철거 중이다.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할까,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 ‘청약에 계속 도전할까, 매입으로 돌아서야 하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아파트 청약을 노리는 수도권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책 내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영향을 받고 집값 향방 역시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선 서울 집값이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정부가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한제 6개월 유예, 일부만 영향

"상한제 해도 서울집값 오를 것…가점 낮은 실수요자 매수 서둘러야"
정부가 지난 7월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이후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비사업이 막혀 당분간 새 아파트가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한 불안 심리가 수요를 자극했다. 강남권, 재건축 등에 집중됐던 수요는 서울 전역 신축 및 준신축으로 옮겨붙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 등 도심권,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 평균 중위 가격은 지난달 8억7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7월 직전 최고점이던 지난해 11월(8억4883만원) 기록을 넘어선 데 이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위 매매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자리한 가격으로 시세 흐름 전망 파악에 활용되는 지표다.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구(6225만원) 서초구(5366만원) 용산구(4252만원) 송파구(4073만원) 등으로 서울에서 4개 구가 4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특단의 조치로 지난 1일 ‘10·1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고 적용 대상을 동(洞) 단위로 최소화하기로 했다. 주택 공급 위축을 야기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해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사업 막바지 단계인 서울 둔촌주공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당수 사업장이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을 하기 위해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실수요자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 전체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만 상한제가 적용돼 공급 억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 집값 그래도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규제가 이전 대책들과 마찬가지로 단기적, 국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상한제 적용 유예를 받게 될 재건축 단지는 어차피 공급이 예정됐던 단지들이고, 시기만 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도 “정부가 당근을 제공하긴 했지만 막상 몇 개의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게 될지는 미지수”라며 “서울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역대 최장 기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한제 해도 서울집값 오를 것…가점 낮은 실수요자 매수 서둘러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지는 강동구 둔촌주공 등 25개 단지(약 2만5000가구)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개한 관리처분인가 단지 현황(61곳, 6만8000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상한제 적용을 피하게 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오히려 신축 급등 현상에 편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해간 서초구 쪽 단지에 엄청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 규제는 상한제 이전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이뤄져왔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일부 유예단지가 나온다고 해도 상한제로 인해 발생하는 ‘로또분양’과 전매제한 등 유동성을 옭아매는 정책에 대한 부작용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약만 기다리다간 낭패

정부가 공식적으로 ‘로또청약’을 약속하자 실수요자의 셈법은 복잡하다. 분양가가 낮아져 경쟁률이 크게 올라가는 반면 대부분 30~40대 무주택 가구의 가점이 높지 않아서다. 가점이 높지 않은 실수요자라면 서울은 되도록 미루지 말고 매수에 나서고, 수도권 지역은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매수와 청약 등의 기회를 엿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소장은 “현재 50점대 이상의 사람들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도 서울 내 청약을 노려볼 수 있지만 40점대 이하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사실상 당첨이 어려울 것”이라며 “매물이 갈수록 더 귀해지기 때문에 가점이 낮다면 분양권, 입주권, 구축 등 가리지 않고 우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상대적으로 대출과 청약이 쉬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구축이든 분양이든 가리지 않고 서둘러 집을 장만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전략을 차별화할 필요도 제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은 분양가 제한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3기 신도시 개발 등 공급이 풍부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창릉지구나 계양지구같이 교통이 편리한 곳 위주로 여유를 갖고 투자처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유정/구민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