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매각 추진…헌인마을 '13년 표류' 끝나나
13년째 표류 중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374 일대 ‘헌인마을’(사진) 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된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이 사업부지를 담보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13만2379㎡에 이르는 낙후된 주거단지가 고급 단독주택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10곳의 PF대주단은 헌인마을 PF 대출채권 공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대주단이 헌인마을 개발사업 시행사인 우리강남PFV(이하 우리강남)에 빌려준 약 2170억원의 채권이다. 대주단은 이르면 7~8일께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등 매각 일정은 다음달에 이뤄질 전망이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회계법인이 맡았다.

네 번째 매각 추진…헌인마을 '13년 표류' 끝나나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2006년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시공사로, 이들이 출자해 설립한 우리강남이 시행사로 각각 참여했다. 우리강남은 사업 추진을 위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전체 토지의 77%인 9만9455㎡를 담보로 2300억원가량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사업이 좌초됐다.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매각돼 주인이 바뀌었다.

대주단의 헌인마을 대출채권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대주단은 2015, 2016, 2018년 각각 매각에 나섰지만 유찰됐다. 채권자만 3000명에 달하는 9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주인이 바뀐 삼부토건 및 동양건설산업이 보유한 후순위 우선수익권의 존재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ABCP 채권자 협상 창구가 단일화됐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후순위 우선수익권과 우리강남의 출자지분 등을 대출채권 매각 시 인수자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약정도 맺을 예정이다. 인수자가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복잡한 권리관계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는 것이 매각 측의 설명이다.

PF채권이 새 주인을 찾더라도 과제는 남아 있다. 우리강남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한 사업 부지 내 토지 소유주 50~60명에게 3만㎡ 상당의 토지를 확보해야 개발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원과 인접해 있어 안보상 이유로 고층 건물 설립이 어려운 만큼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건설회사와 부동산개발회사들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 안 되는 강남 내 개발사업이라는 점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시행한 세 번째 매각은 최종 무산됐지만 예비입찰엔 6곳이 뛰어들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매각 조건이 대폭 개선된 데다 서울과 판교, 용인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에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