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구역(43만8585㎡)은 불과 서너 블록 옆인 광화문, 종각 일대와는 확 다른 분위기다. 새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광화문, 종각과 달리 1960~1970년대 지어진 노후 상가와 건물이 거의 그대로다.

세운재정비촉진구역 일대 일부는 1980년 초부터 정비사업 논의가 나왔다. 2000년대 초 일부가 세운상가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 일대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건 2006년 10월이다. 애초 서울시는 청계천변에 세로로 길게 이어진 노후 상가를 모두 철거하고 공원 등을 조성하려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1조원 이상이 드는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계획을 중단했다.

답보 상태였던 재개발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재정비촉진계획은 2014년에야 변경·확정했다. 서울시는 일대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전면 철거 후 재개발하는 기존 계획 대신 171개 구역으로 분할해 일부를 철거하고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후 상가 일부는 존치하기로 했다. 역사성 훼손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 사이 재개발은 지지부진했다. 2009년 정비구역 지정 당시엔 3단계로 2015년까지 재개발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현재 171개 구역 중 그나마 사업이 진척되고 있는 곳은 15곳 안팎에 그친다. 최소 4950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서울시 목표와는 달리 일대엔 13년째 주택 분양이 없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전신 격인 세운상가구역의 32지구에서 남산센트럴자이(273가구)가 2009년 공급된 게 마지막이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남은 재개발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을지면옥 등이 있는 세운 3-2구역은 정비촉진구역 지정 11년 만인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철거를 거쳐 새 건물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