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교육 중인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인력들.
제주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교육 중인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인력들.
“가압류와 가처분의 차이는 뭔가요? 기준권리는 뭔가요? 담보가등기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그렇다면 배당기일은 언제까지입니까? 그래서 고객에게 이 땅의 위험성을 어떻게 설명해줄 건가요?”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질문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무작위로 나온 15명의 은행원은 진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16일 제주도에서 연 ‘제2기 부동산전문인력 필드아카데미’에서다.

신한은행이 내부 직원을 수요가 커지는 부동산 전문인력으로 키워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문가를 사칭하며 투기를 조장하거나 일부 지역의 시세를 들어올리는 행태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금융회사의 부동산센터는 고액자산가에게만 조언해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반 수요자는 부동산에 대한 도움이나 조언을 마땅히 받을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9·13 대책 이후 대출조건이 변하면서 일선 은행의 창구에는 부동산과 금융에 대한 상담이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이런 요구에 대응해 전국 지점에서 근무하는 대리급 이하 행원들을 뽑아 1년 동안 교육하고 있다.

이날 모인 15명의 교육생은 1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원들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때 모여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교육을 받았고, 4개월여 만에 제주도로 현장 교육을 나왔다. 제주는 여러 가지 형태의 땅과 집을 볼 수 있고, 매매 및 경매 사례가 다양하다 보니 현장 공부에 최적화됐다는 게 고 센터장의 얘기다.

그는 “은행도 이제는 직급보다 개별적인 전문가들이 필요한 시기”라며 “외부 전문가 영입보다 이미 금융을 아는 내부 직원을 육성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와 상담하는 데 부동산 지식이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올초 과정을 수료한 1기의 현장만족도는 높다. 고객과의 상담 내용도 풍부해졌고, 사용하는 용어도 정확해지다 보니 자세한 설명도 가능해져서다. 전국에 흩어진 1기는 각 지점 직원들의 상담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대성 논현동기업금융센터 대리는 “2012년 입행해 대전에 근무했고 세종시에서 아파트 집단대출 업무를 담당했다”며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걸 현장에서 느끼던 차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은 지점별로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되면 내부조직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진 대흥역지점 대리는 “마포지역에 아파트 분양이 많다 보니 관련 업무를 많이 해왔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업무를 서류로 처리하는 것과 고객에게 설명하는 건 차이가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제주=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