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을지빌딩' 인수 1년여 만에 되판다
부영그룹이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사진)을 매각한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2017년 초 삼성화재로부터 4380억원에 매입한 건물이다. 현금유동성이 부족해진 부영그룹이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환금성이 가장 높은 을지빌딩을 매입한 지 1년여 만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6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나섰다. 부영 관계자는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부동산 자산 중 가장 이른 시일 내 매각할 수 있는 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15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1년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구속 중인 것도 자산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빌딩은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3㎡ 규모다. 매입 가격은 3.3㎡당 2650만원, 총 4380억원이었다. 당시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한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 매매가(3.3㎡당 2606만원)를 넘었다.

부영은 2016년부터 기존 주택임대 사업을 넘어 오피스 임대시장 진출 등을 노리고 부동산 자산을 속속 매입했다. 2016년 11월에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인 포스코이앤씨타워를 3000억원에, 지난해 말에는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을 9000억원에 사들였다. 일각에선 오피스 임대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부영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을지빌딩은 삼성화재가 빠져나간 후 현재까지 공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입 부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부영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3.3㎡당 2750만원, 4500억원대 중반의 가격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SRA자산운용이 매입한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가 3.3㎡당 2810만원에 팔리는 등 서울 도심 오피스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공실이 많다는 점은 가격 산정에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대훈/최진석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