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최고 50층 재건축 계획안을 확정지으면서 ‘50층 재건축’ 추진 열기가 여의도로 옮겨 붙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상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한 여의도에서는 초고층 재건축 바람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수정·서울·공작아파트에 이어 시범아파트도 50층으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시가 원칙적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곳(일반주거지역)에선 초고층 재검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어서다.
잠실발 '50층 재건축 바람' 여의도로 확산
수정·공작 이어 시범도 50층 추진

여의도는 서울 재건축사업 블루칩으로 꼽혀온 지역이다. 금융 중심지인 데다 한강을 끼고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신탁회사가 여의도 재건축 시장에 진출하면서 속도가 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 지침 ‘2030서울플랜’에 여의도가 강남, 한양도성(광화문)과 함께 3대 도심으로 지정돼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심 상업·준주거지역에서는 50층 이상 초고층 개발이 가능하고 일반주거지역도 복합개발 시 50층까지 높일 수 있다. 일반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압구정 아파트지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보다 유리한 여건인 셈이다.

선두에 서 있는 단지는 수정아파트다. 1976년 입주한 329가구 규모 단지다. 이 단지는 최고 48층 높이 4개 동에 아파트 657가구와 오피스텔 301실, 근린생활시설 등을 배치하는 재건축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주거시설과 비주거시설의 비중을 조정하라는 의견을 보낸 상태다.

공작아파트는 최고 49층 높이 주상복합을 짓기 위한 정비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192가구 규모인 서울아파트는 ‘건축법을 적용한 지주공동사업 방식의 재건축’으로 76층 높이 주상복합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시범아파트도 가세했다. 당초 내년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용적률 230%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기정사실화되자 용적률을 올려 사업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의도 재건축도 서울시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 역시 국제금융지역이라는 도심 성격에 맞는 시설을 마련해야 50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진행 중인 여의도 지구단위계획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잠실5단지 심의를 통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기준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여의도가 ‘도심’이긴 하지만 일반주거지역 단지들은 지구단위계획에 부합하는 계획을 내놔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 들어가는 은마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초고층 재건축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단지는 그간 ‘최고 49층 안’을 고수하며 서울시와 줄다리기해왔다. 현재 14층 4424가구를 최고 49층 약 6050가구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35층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3종일반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치동 일대는 명백한 주거지역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2015년부터 층수와 관련해 협상을 다섯 차례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추진위가 서울시 도계위에 49층 재건축계획안을 제출하자 서울시는 ‘미심의’ 강수로 맞섰다. 심의 자체를 거부한다는 결정이다.

서울시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자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이르면 이달 중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최고 49층 재건축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35층 재건축으로 변경할지를 놓고 투표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소유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식지를 발송했다. 추진위는 투표 결과에 따라 이르면 10월 중 서울시 도계위에 안건을 다시 올릴 계획이다.

조수영/선한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