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의 ‘8·2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를 전격 발표하자 이 지역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수성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올 들어 집값이 오르긴 했다”면서도 “지방을 서울·과천과 똑같이 규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당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거래절벽’을 걱정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된 분당·대구 수성구 반응은
◆“거래 절벽 우려된다”

분당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8·2 대책 이후에도 매매가격이 계속 오른 데다 지난달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1위였기 때문이다.

정자동의 S공인 대표는 “추가 대책의 대상이 될까 우려스러워서 중개업자들끼리 ‘(호가 노출 등을) 자제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대책 발표 후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거래는 줄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아예 끊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판교동 P공인 대표도 “매도인이 가격을 안 내리니 약간 올라 있는 금액으로 거래되긴 했다”면서도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이렇게 빨리 추가 지정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거래 공백 사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판교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은 서울보다 집값이 싸서 강남 생활권 사람들이 강남 대안으로 찾았는데 여기마저 묶으면 용인, 죽전까지 내려가라는 얘기”라며 “가수요보다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많이 대기하고 있는 지역임에도 대출 한도를 줄이면 결국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며 “가을 성수기와 맞물려 전셋값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중개업소엔 계약 취소 문의 전화도 걸려왔다. 이미 계약을 맺었지만 대출 한도 축소로 잔금 마련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대구 재건축 사업 위축 불가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에서는 “어떻게 지방을 서울이랑 똑같이 묶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대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건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14년 만이다. 범어동 K공인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도 아닌 곳을 갑자기 투기과열지역으로 묶으면 대구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수성구는 대구·경북지역 명문고로 꼽히는 경북고와 경신고, 대륜고 등이 있어 ‘지방의 대치동’ ‘대구 8학군’ 등으로 통한다. 학군수요 때문에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전국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범어동의 S공인 관계자는 “범어동 전용 84㎡ 아파트가 8·2 대책 전후로 한 달 만에 5000만~6000만원가량 올랐다”며 “경신고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주변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성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성구에서는 총 10개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시영1단지, 우방범어타운1차, 청구중동 등 세 곳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우방범어타운2차와 삼환아파트, 삼풍아파트 등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범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구 전체에서 이뤄지는 재건축 사업의 3곳 중 1곳이 수성구에 몰려 있다”며 “전매제한 등으로 가뜩이나 노후 주택이 많은 구도심 정비사업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