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서 지은 지 25년 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최모씨는 최근 새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뒤 현재 사는 집 내부가 너무 구식이란 느낌이 들어 기본적인 인테리어 교체를 결심했다. 동네 인테리어업체를 통해 욕실을 바꾸고 실내 도색만 새로 하는 데 680만원이 들었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 아파트로 이사간 이모씨도 입주 전 집 내부시설을 교체하는 데 2500만원을 투자했다.

최근 집수리(소규모 리모델링)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오래된 아파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목동, 압구정동, 상계동 등 서울 주요 아파트 지역과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집들이 모두 지은 지 20~30년을 넘어가고 있다. 예전엔 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10년 내외인 아파트는 이사 때 벽지나 장판 정도만 바꿨지만 최근엔 자신의 개성에 맞춰 욕실, 싱크대, 붙박이장, 바닥 등을 통째로 바꾸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서울 서초동 KCC 본사 1층에 문을 연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 KCC 제공
올해 서울 서초동 KCC 본사 1층에 문을 연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 KCC 제공
◆15년 이상 지난 집 58%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1799만9283가구 주택 가운데 58%(1044만가구)가 지은 지 15년 이상 지났다. 이 중 가장 많은 아파트(892만여가구)의 48.6%가 15년 이상이다. 아파트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준공한 지 30년 안팎이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로 11~30년 된 집의 리모델링 수요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수리 시장 규모에 대한 선행 연구가 드물지만 주택 연한, 표본조사를 통한 집 종류별 리모델링 수요, 평균 공사금액 등을 종합하면 주택 소규모 리모델링 시장은 11조원 선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집수리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건설 및 건자재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 주택보급률(2014년)이 100%를 넘어섰고 수도권도 98%에 육박하고 있어 새 주택 수요보다는 기존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돼도 1990년대 이후 지어진 15층 안팎의 중층 아파트들은 사업성 때문에 재건축이 쉽지 않다.
[커지는 집수리 시장] 분당·일산 등 20년 넘은 집 700만가구 육박…고치고, 꾸미고, 겉은 낡아도 내부는 '새 집'
◆건설·건자재업체, 잇단 시장 진출

[커지는 집수리 시장] 분당·일산 등 20년 넘은 집 700만가구 육박…고치고, 꾸미고, 겉은 낡아도 내부는 '새 집'
건자재 및 가구업체들이 잇따라 집수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회사의 새 아파트 단지에 벽지 창문 등을 공급하는 이른바 ‘기업 간 거래’보다 집수리 일반 유통시장의 성장성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영세한 인테리어 업체들이 집수리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KCC는 올해 서울 서초동 본사와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산 등 전국 6곳에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을 열었다. 전시장 수는 17개로 늘었다. 전시장을 찾거나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문의하는 소비자는 인테리어플래너의 도움을 받아 집수리 공사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다. KCC는 수요자가 원하면 전국 3000여개 제휴 인테리어 사업자를 연결해준다. 공사 하자 보수의 일정 부분을 책임진다.

한샘은 시공·물류 자회사인 서비스원과 전국 2500여개 인테리어 사업자와 손잡고 집수리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대리점에 제공하는 제품과 별도로 2008년부터 인테리어 사업자에게 ‘IK(인테리어 키친)’라는 브랜드로 건자재와 가구를 제공하고 있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2009년 5000억원대이던 매출이 올해 1조6000억~1조7000억원으로 세 배가량 증가하는 동안 300억원대이던 인테리어부문 매출은 올해 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샘은 지난해 리모델링 전문사이트(ik한샘 닷컴)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 등을 활용해 인테리어 시공 상담을 받고 있다. 1년 만에 상담 건수는 세 배 이상 늘어나 올해 3000건을 넘어섰다.

LG하우시스는 기존 ‘지인(Z:IN)’ 브랜드를 활용해 지난 10월 온라인 인테리어 견적 사이트(지인 시뮬레이션)를 개설했다. 수요자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결정한 뒤 아파트 도면에 따라 자재를 선택하면 비용 산출과 상담이 진행된다. LG하우시스는 이를 위해 수도권 아파트 도면 5만여개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2017년까지 전국 8만여가구의 아파트 도면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L&C, 동화마루, 유진기업 등도 집수리 시장 진출을 위해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일부 대형 건설회사도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