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가격 8위’ 한남더힐 >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8위를 차지한 서울 한남동의 한남더힐. 이 아파트 올해 공시가격은 39억7600만원(전용 244.8㎡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공시가격 8위’ 한남더힐 >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8위를 차지한 서울 한남동의 한남더힐. 이 아파트 올해 공시가격은 39억7600만원(전용 244.8㎡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서울의 아파트 부촌(富村)지도가 바뀌고 있다. 반포동 삼성동 청담동 한남동 등 한강변에 자리 잡은 새 아파트와 빌라 단지가 신흥 부촌으로 올라서고 있는 반면 압구정동 대치동 동부이촌동 등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은 부촌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한강변 낀 신흥 부촌들

[바뀌는 서울 부촌지도] 반포·청담 아파트 약진…대치·압구정보다 2억~3억원 높게 거래
반포동의 약진이 뚜렷하다. 2009년 완공된 재건축단지 래미안퍼스티지와 내년 입주 예정인 아크로리버파크 등의 공급면적 113㎡ 매매가격은 16억원대다. 대치동, 압구정동의 같은 평형보다 2억~3억원가량 비싸다. 인근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15차단지 등도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향후 10년가량은 반포동 일대 아파트가 가장 높은 매매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압구정동 입지 여건이 뛰어나지만 아파트가 너무 낡았다”며 “압구정동 재건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반포동이 1등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동 부촌 형성엔 2004년 완공된 주상복합아파트 아이파크 영향이 크다. 최근 3.3㎡당 매매가격 5000만원을 회복한 이 단지는 2008년 한때 3.3㎡당 70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근 홍실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눈앞에 두고 있어 삼성동 일대 부촌 이미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청담동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한강변에 붙은 청담자이 120㎡는 3.3㎡당 4800만원대에 최근 거래됐다. 청담삼익 등 주변 아파트도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대열에 합류했다. 청담삼익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노규현 마케팅 팀장은 “한강을 바라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 하는 등 단지 설계를 차별화해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변 단지의 경우 시공사들이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건물외관 커뮤니티시설 조경 등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포레도 최고 50억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주변에 비슷한 수준의 단지가 없어 집단적인 부촌 이미지를 형성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대치동 도곡동 압구정동 동부이촌동 등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아파트가 낡은 데다 주차가 불편해 매매가격이 반포동 등에 뒤진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자산가들이 더 나은 시설을 갖춘 새집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부촌 아파트 매매가격을 보면 삼성동 아이파크 등 한강 조망이 좋은 집이 3.3㎡당 5000만원 선에 올라섰다. 희소가치가 높은 펜트하우스는 3.3㎡당 7000만원대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단독·빌라 부촌 청담·한남동

단독주택의 경우 이태원동 한남동 성북동 등 전통 부촌은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남동 명공인 이태숙 사장은 “한남동과 성북동에는 대기업 회장 집과 외국 대사관저들이 많다”며 “돈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이어서 풍수와 전망이 좋은 단독주택을 떠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평창동은 점차 부촌 이미지가 퇴색하는 분위기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했다. 교통이 불편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경기 판교신도시 내 서판교 단독주택도 잠깐 주목을 끌었지만 접근성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고급주택 분양업체인 미디미디앤씨의 이월무 대표는 “서판교로 이사한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교통 등의 문제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빌라시장에선 청담동 인기가 높다. 2000년대 들어 노후 주택들이 고급빌라로 변신하면서 압구정동 노후 아파트에 살던 자산가들과 연예인들이 몰린 곳이다. 이곳 상지카일룸 2·3차 등은 전국 공시가격 10위권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