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위권 건설사 신용평가 이달 중 완료
전문가들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주택경기 침체로 도산 위기에 처한 건설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내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에 드는 건설사들의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내달 초 등급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건설사들에는 채권은행의 사형선고가 임박한 것이다.

◇"올 것이 왔다"..퇴출 공포 확산 = 건설업계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를 결정할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소 건설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가 크고, 미분양이 많은 업체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B, N, D, W, K사 등의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국내외 주택사업 비중이 높거나 PF 규모가 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대주단에서 실시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가 '봐주기식' 부실 논란에 시달린데다 건설 경기 침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어느 때보다 평가 강도가 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B등급을 받았던 신창건설과 현진이 각각 작년 3월과 8월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올해 3월에는 역시 B등급이던 성원건설이 퇴출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평가의 신뢰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수차례 언급한 것도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의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B등급 이상 업체 중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에 현혹돼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결국 구조조정의 메스를 또다시 들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지난해 대주단 협약에서 B등급을 받은 업체 가운데 이번에 C, D등급으로 분류되는 회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중견 건설사의 임원은 "미분양과 PF가 많다는 이유로 벌써 퇴출 기업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며 "하반기 이후 건설업계에 퇴출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조정 작업은 건설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산업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퇴출 기업이 많으면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체질개선' 절실 = 전문가들은 최근의 건설.주택 경기를 감안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작년에 정부의 경기 부양책 추진으로 구조조정이 흐지부지되면서 그동안 사망선고 받은 환자에게 링거주사를 꽂고 생명을 연장해온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가망 없는 업체들은 과감히 도려내 건설산업 전체가 건전해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시장을 왜곡하는 자금조달 방식 등 근본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건설업계의 위기는 미분양 누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더불어 대형 PF 사업에서 투자자가 건설업체에 지급보증을 서도록 하는 건설금융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출, 공급 등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을 그동안 외형 늘리기식 주택산업에 치중해온 건설사들이 체질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는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인구와 수요 감소로 아파트 개발산업 전체가 구조조정에 맞닥뜨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말뚝만 박으면 집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정확한 수요 분석 없이 우후죽순으로 벌이는 주택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미분양을 반값에라도 싸게 팔아 서둘러 부채를 줄이고, 사업성 없는 땅들은 미련없이 매각해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 위주에서 탈피해 경기에 덜 민감한 토목 등 관급공사나 플랜트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지인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