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보유에서 패러다임 전환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무작정 보유하기만 하던 국유지의 개념을 대폭 바꾼다.

부처 이기주의가 은연중 발동, 필요가 없으면서도 매각을 하지 않았던 국유지를 가능한 한 모두 매각, 토지활용도를 대폭 높이고 관리방식도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밥그릇'에 대한 인식이 여전한 공무원 사회에서 이 같은 국유지 개혁작업이 얼마나 성공할수 있을지는 정부의 추진의지와 각 부처의 협조에 달렸다.

◇ 필요없는 건 다 판다

우리나라의 국유재산은 2007년 결산기준으로 275조8천억원 규모다.

국유재산은 크게 봐서 행정재산과 보존재산, 잡종재산으로 구분되는데 정부가 이번에 주로 팔려고 하는 재산은 잡종재산, 그중에서도 보유 필요성이 없는 국유지다.

행정재산의 경우 청사나 관사, 학교 등의 공용재산, 도로, 하천 항만 등 공공용재산, 정부사업을 위한 사무용, 주거용 재산 등 기업용 재산이 포함된다.

보존재산은 문화재나 사적지 등 법령이나 국가가 보존키로 결정한 재산이고 행정재산과 보존재산 이외의 모든 재산은 잡종재산으로 분류된다.

잡종재산 전수실태조사 결과 이용중인 재산은 면적을 기준으로 53.8%, 무단점유된 재산이 9.6%이고 유휴재산이 36.6%나 된다.

정부는 이번에 유휴재산을 주로 팔고 무단 점유된 재산도 이해관계가 풀리는대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요즘도 유휴재산 매각을 꾸준히 하고 있어 지난 2007년에는 6천424억원, 2006년에는 5천89억원 규모를 파는 등 최근 수년간 연간 3천억원어치 이상을 팔았지만 올해부터는 가능하면 평년의 3배 이상을 민간에 넘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매각 방식도 대폭 바꾼다.

현재는 서울이나 광역시의 경우 300㎡ 이하, 시 지역은 500㎡ 이하, 시외지역은 1천㎡ 이하여야 팔수 있다.

좁고 긴 토지의 경우 폭이 5m이하여야 하고 폐도나 폐하천도 2분의 1 이상 다른 토지와 인접해야 수의매각이 가능하다.

이처럼 매각 가능한 기준을 정해놓은 '포지티브 방식'을 아예 매각이 불가능한 요건만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원칙적으로 모든 재산의 매각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매각방식도 대금분할 납부 등 매수자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인근의 국유지 때문에 애를 먹어온 토지 보유자들은 정부가 규정 때문에 못팔던 토지를 매각하고 그것도 싼값에 준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관리방식도 대폭 개선
그동안 국유재산, 특히 지자체 등이 관리하는 행정재산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기초적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행정목적에 이용되지 않는 유휴 행정재산은 총괄청에 즉시 인계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힌데다 가용 행정재산에 대한 정보공유도 부족해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청사 등 공용시설의 신축이나 이전시 기존시설은 방치하는 등 정부가 갖고 있는 재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산낭비를 초래한 일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감사원 감사 결과 외교부와 국방부 등이 총 726필지, 153만 ㎡, 3천479억원 규모의 유휴행정재산을 보유해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정부는 따라서 유휴 행정재산에 대한 정기점검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총괄청(기획재정부)이 국유재산에 대해 직권용도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했다.

신규청사 등을 위한 세출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기존 시설의 처리 및 활용 등에 대해 총괄청 등 관계부처와 사전협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잡종 재산 역시 관리주체가 지자체와 자산관리공사, 토지공사로 3분돼 있어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국유재산정책심의회(가칭)를 신설, 관리 운용계획을 수립해 시행토록 하고 관리기관도 일원화해 향후 지자체의 위임관리 등은 단계적으로 없애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민간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캠코의 조직 일부를 공공기관 형태로 독립시켜 국유재산만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