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이 미국에서 만난다. 양국 정부의 외교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안 본부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무역장관 간 회담이 27일 미국에서 열린다. 한·중 무역장관은 한동안 교류가 제한됐다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회의를 계기로 회담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본부장은 “한국 기업에 차별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이 경제·무역과 관련해 한국에 비공식 규제 조치를 가동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한·중 관계 경색이 경제 문제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안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줄 것을 당부할 전망이다. 중국이 올겨울 전력난이 닥칠 경우 한국 기업에 선별적 전력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왕 장관은 한국의 양안 관계 언급과 관련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무역장관 간 회담은 성사됐지만 한국과 중국 의원의 만남은 무산됐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한중의원연맹 출범 당시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한의원연맹’을 늦어도 지난 4월까지 출범하기로 약속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양국 의원들은 한중의원연맹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공식적인 대면 교류 행사는 물론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한중의원연맹 관계자는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중 관계 악화로 중국이 우리 측 실무진을 파견하는 것조차 응하지 않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중의원연맹은 여야 의원 100여 명이 모인 ‘매머드급 의원연맹’으로 출범했다. 한일의원연맹에 이은 두 번째 국가 간 의원연맹인 데다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지를 보내면서 의원 외교의 한 축으로서 주목받았다.

이지훈/맹진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