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질타에 고개 숙인 이상민 "국가는 국민 안전에 무한책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1일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지 이틀 만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고 원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두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이 사과에 나선 것은 여권 및 국정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는 공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적절한 발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날 이 장관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행안위 위원들은 전체회의 직후 “추모 기간이 끝나면 사태를 점검하고 현안 질의를 통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사람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장관 사퇴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야당 공세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당론인데 이 장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 화를 자초했다”며 “장관 행동 때문에 당까지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경찰국 신설 논란 때도 부적절한 언행을 해 논란이 있었던 만큼 여권 입장에서는 이 장관의 언행과 행보가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금은 모든 당력과 국력을 집중해 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게 먼저”라며 “(이 장관 사퇴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